개성공단 비대위 “남북간 논의, 전부 공개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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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의 원자재-완제품 반출 허용 제안 정부가 숨기다니… 더이상 못믿겠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17일 정부에 “북측과 논의한 이야기를 전부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북한이 개성공단 원·부자재 및 완제품 반출을 허용하겠다고 제안했는데도 한국 정부가 이를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에 알리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자 ‘우리 정부를 못 믿겠다’며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본보 17일자 6면… [단독]개성공단 7인 최종철수 뒤 北 “자재반출 용의” 슬쩍 제안

개성공단기업협회 정상화 촉구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북측과 우리 개성공단관리위원회가 논의했던 모든 사항을 즉시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주장했다. 정기섭 협회 부회장은 “북한이 원·부자재 반출을 허용하겠다고 우리 정부에 제안했다는 사실을 어제 북한이 보낸 팩스를 보고 알았다”며 “정부가 이런 사실을 숨긴 건 어떤 이유로도 합리화될 수 없다”고 말했다.

비대위 측은 또 “정부가 발표한 피해 지원 대책이 아무 실효성 없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정부만 믿고 기다릴 수가 없다”며 “원·부자재 반출을 비롯해 개성공단 정상화와 관련한 모든 문제를 협의하는 데 이해당사자인 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비대위 관계자는 “기업들이 몹시 분노하고 있다”며 “공장은 운영 못하게 되더라도 원·부자재를 빼오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고 있는 참에 이런 소식을 들으니 기분이 어떻겠나”라고 말했다.

비대위는 개성공단 시설 점검과 원·부자재 및 완제품 반출을 위해 23일 방북하겠다고 통일부에 20일 신청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북한은 15일 “개성공단 원·부자재 반출을 허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는데 한국 정부가 이를 무시했다”고 발표하고 16일에는 이 사실을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에 팩스를 보내 알렸다. 통일부도 16일 브리핑에서 이 사실을 확인했다. 북한은 3일 미수금을 지불하러 개성공단을 방문한 김호년 개성공업지구관리위 부위원장에게 이런 제안을 돌발적으로 던졌으며, 김 부위원장은 이에 대해 “나는 제안에 답할 권한이 없다. 공식 의견을 남북 통신채널로 알려 달라”고 답변했다. 북한은 이후 공식 채널을 통해서는 아무 연락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북한이 갑자기 이 같은 사실을 밝힌 데 대해 한국 정부가 14일 제안한 남북대화 제의 의미를 깎아내리고 정부와 개성공단 입주기업 간의 갈등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북한의 3일 제안도 진정성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장강명·김호경 기자 tesomiom@donga.com
#개성공단#비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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