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지나치게 높은 금리를 지급하는 예금상품을 만들어 손실을 내고 영업이익을 부풀려 임직원들에게 과도한 성과급을 지급했다는 감사 결과가 나왔다. 박근혜 대통령이 공공기관장의 기준으로 ‘새 정부와 국정철학을 공유할 사람’을 언급한 데 이어 산은의 부실경영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MB노믹스’의 설계자인 강만수 산은금융그룹 회장도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은은 2011년 9월 다이렉트예금(점포 방문 없이 계좌를 개설하고 거래하는 예금)을 내놓으면서 조달비용 중 예금보험공사에 내는 보험료와 지급준비금을 제외해 팔수록 손해가 나는 ‘역마진’ 상품을 만들었다. 감사원은 산은이 고금리 예금을 판매해 입는 손실이 올해만 144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이렉트예금은 지난달 말까지 9조 원 이상을 모은 강 회장의 대표상품이다.
또 감사원은 돈을 빌린 기업이 파산했는데도 산은이 이 같은 사실을 영업실적에 반영하지 않는 등의 방법으로 2011년 영업이익을 최대 2443억 원 부풀렸고 이를 통해 임직원 성과급을 최대 41억 원 더 지급했다고 지적했다. 산은 측은 감사원의 지적에 대해 “고금리상품으로 인한 손실은 민영화를 앞두고 소매금융을 강화하기 위해 감수하는 기회비용일 뿐 손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금융권에서는 감사 결과가 금융공기업에 대한 대대적인 사정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며 술렁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공공기관장’ 발언 이후 사흘 만에 감사 결과가 발표된 것이 예사롭지 않다. 강 회장 등 전 정권에서 임명된 기관장들의 퇴진 논리를 정당화하기 위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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