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13일 앞두고 정국이 다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혼전으로 돌입하고 있다. 지지율 소폭 우세를 유지하며 굳히기에 들어가려던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희비가 엇갈리며 ‘박근혜 대세론’ 직전까지 갔던 대선 판이 6일 안철수 전 후보의 구원 등판으로 다시 요동치기 시작했다.
○ “오늘이 진짜 단일화” vs “안철수 효과 이미 반영”
정치권에선 이날 ‘문-안 회동’으로 야권 지지층이 결집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그동안의 지지율에는 단일화 효과가 유보돼 있었다고 봐야 한다”며 “오늘부터 단일화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할 것이고, 박 후보와 문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초박빙으로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제 해볼 만하다”는 메시지가 야권 지지층에 전달된 것이 가장 큰 의미라고 해석했다. “사실상 대선은 끝났다”며 흩어지고 있던 야권 지지층이 다시 결집하고 투표율 상승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것. 민주당은 문 후보의 지지율이 2.5∼4%포인트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우상호 공보단장은 “안 전 후보가 유세에 뛰어들어 단일화 시너지 효과가 생기면 나머지 유권자들에게도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3∼5%포인트 정도 벌어진 박 후보와의 현재 지지율 격차는 역전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특히 안 전 후보의 재등장이 2030세대의 투표율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디오피니언의 엄경영 부소장은 “야권 후보가 대선에서 이기려면 20, 30대의 투표율이 적어도 60%는 넘어야 한다”며 “안 전 후보의 활동에 따라 그 폭이 달라질 수 있겠지만 일단 젊은층의 투표율 상승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일보와 리서치앤리서치의 5일 여론조사에 따르면 20대의 투표확실층은 43.6%에 불과한 반면 60대 이상은 84.5%에 이른다.
하지만 ‘안철수 효과’가 대선 결과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안 전 후보의 지지층 가운데 민주당에 우호적인 지지층은 이미 문 후보에게 옮겨갔기 때문에 지금의 지지율에 ‘안철수 효과’가 이미 반영돼 있다는 것. 또 야권후보 단일화에 맞서 여권을 지지하는 보수세력도 더욱 강하게 결집할 것이기 때문에 결국 지금의 ‘박근혜 우위’ 구도는 깨지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 환호성 터진 민주당
이날 문-안 회동이 열린 서울 중구 정동의 한 음식점 앞에는 500여 명의 취재진이 몰리면서 북새통을 이뤘다. 경기 고양시에서 유세를 벌이던 문 후보는 안 전 후보의 회동 제의를 받자마자 즉각 유세를 중단하고 경찰차의 호위를 받으며 약속 장소로 이동했다. 오후 4시 7분경 도착한 문 후보는 “나올 때 말씀드리겠다”고 짧게 말한 뒤 음식점으로 들어섰다. 이어 4시 10분경 송호창 전 캠프 공동선대본부장과 함께 도착한 안 전 후보는 “새 정치와 정권교체는 제 출발점이자 변함없는 의지”라며 “그런 국민적 소망 앞에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겠다”고 말했다. 이미 전폭 지지 의사를 굳히고 온 것이다.
두 사람은 4시 15분부터 배석자 없이 30여 분간 대화를 나눴다. 4시 45분경 두 사람은 밝게 웃으며 함께 나와 취재진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두 손을 굳게 잡으며 그동안의 불협화음을 씻어내려는 모습이었다. 두 사람이 “힘을 합치기로 했다”고 회동 결과를 밝히자 양측 인사들은 “이제 이길 수 있다”며 박수로 환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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