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는 대선]<2>신응수 대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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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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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궁궐 지을 국정의 도편수를 뽑자

대목장이 궁궐을 지을 때 가장 중요한 일은 장대한 양질의 소나무를 구하는 것이다. 가파른 산을 수없이 오르내리며 포기하지 않고 수백 년 묵은 아름드리 소나무를 찾아내야 한다. 그 나무를 벌목하여 작업 현장으로 옮기는 데도 큰 어려움이 따른다. 벌목된 나무는 도편수의 안목과 나무 자체의 크기 및 상태에 따라 기둥감, 대들보감 등 건축물 내 위치가 정해진다. 집을 짓는 데 각 분야의 우두머리를 편수라 한다. 상량문 기록에 따르면 도편수는 열두 명의 편수를 거느리고 궁궐의 대역사를 총지휘한다. 도편수는 나무를 보는 안목과 함께 장인의 성격과 능력을 파악해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만 여러 장인과 함께 1000년이 지나도 꿋꿋하고 견고하게 버틸 ‘숭례문’ 같은 건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

2008년 2월 10일 국민은 국보 1호 숭례문이 화마에 붕괴되는 모습을 지켜봤다. 숭례문 복구를 계획하는 과정에서 문화재청은 도편수를 쉽게 결정하지 못했다. 전 국민의 애통한 마음을 담아 국보를 복구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화재가 난 지 1년 10개월 만인 2009년 12월 11일 도편수를 선정했다.

건물을 짓는 데 있어 도편수의 선정은 이만큼 중요하다. 하물며 한 나라의 미래를 결정하는 대통령 선거에서 어떤 사람을 선출하는지는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

현재 후보 간 선거운동 열기가 점점 달아오르고 있다. 보수와 진보, 또는 지역의 표심을 잡기 위해 열띤 선거전이 벌어진다. 신문에는 대통령 선거에 대한 기사가 1면부터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후보들의 정책 공약을 자세하게 살펴보면 문화에 대한 공약을 접하기가 쉽지 않다.

우리나라는 현재 외국인 관광객 1000만 명 시대에 돌입했다. 세계 각국에서 온 관광객은 우리나라에 와서 쇼핑을 하거나 경복궁, 불국사, 수원 화성 등 세계적인 문화유산을 방문한다.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등 각 지역의 훌륭하고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은 우리나라의 고유한 가치를 보여주는 유산이자 자본이다.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고 세계적인 경쟁력을 키우려면 이러한 문화유산에 투자하고 발전시킬 방향을 논의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투자와 노력은 미미한 수준이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문화강국으로서의 위신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이는 관광객 감소로 이어질 것이다. 관광객을 더 유치하고 경쟁력을 갖추려면 문화유산에 충분한 예산과 노력을 쏟아 부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문화의 중요성을 아는 대통령, 즉 ‘문화 대통령’이 절실히 요구된다. 문화에 대한 관심과 투자는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고 새로운 문화유산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올해 말 국보 1호 숭례문은 새로운 대통령과 함께 새로운 모습으로 우뚝 서게 될 것이다. 5년에 걸쳐 복구한 것이다. 숭례문은 이제 조선 초기 건축의 미를 전 국민, 그리고 전 세계인에게 선보일 것이다. 한국 문화재 기능자, 기술인, 공예인들이 함께 이룬 것이다. 새로운 대통령도 국보 1호 숭례문과 같은 위상을 가진 훌륭한 문화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 그걸 뽑는 것도 우리 국민의 몫이다.
#신응수#대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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