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아태 경제패권 힘겨루기 막올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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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개국 FTA RCEP 협상개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과 한국 중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인도 등 16개국이 참여하는 ‘역내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 협상과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20일 동시에 개시됨에 따라 아시아태평양 지역경제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싸움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두 협상 모두 중국이 중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아태 지역의 경제, 무역 패권을 놓고 중국과 미국의 ‘총성 없는 전쟁’이 시작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2000년대 초반 아세안 주도로 논의가 시작된 RCEP는 아태 지역을 하나의 자유무역지대로 통합하는 ‘아세안+6’ FTA다. RCEP가 체결되면 규모 면에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지대와 유럽연합(EU)을 능가하는 세계 최대의 자유무역지대가 된다.

RCEP에는 한국의 주요 교역국인 중국, 일본, 아세안에 호주, 뉴질랜드 등 남태평양 국가, 경제가 급성장하는 인도까지 포함돼 있어 체결될 경우 한국이 안정적인 수출시장을 지속적으로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나라별로 차이가 나는 원산지 규정, 통관 절차 등이 RCEP 내에서 통일된다는 것도 장점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RCEP가 체결되면 앞으로 10년간 한국의 실질 GDP가 1.21∼1.76%, 후생은 113억5100만∼194억5600만 달러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김영귀 KIEP 지역통상팀장은 “동아시아의 생산네트워크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절호의 기회”라고 평가했다. 다만 역내 국가들의 경제수준 격차가 심하고 참여국이 많으며 무역 여건도 제각각이어서 관세 철폐 등 무역자유화 수준이 기대만큼 높게 타결될지는 미지수다.

RCEP 협상이 16개국 정상이 이날 목표로 세운 2015년에 타결될지는 불투명하다. 무엇보다 12개국이 추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의 충돌을 피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TPP는 2006년 싱가포르 뉴질랜드 칠레 브루나이 등 환태평양 4개국이 체결한 FTA로 출발했지만 2008년 미국, 호주가 참여하며 논의의 속도가 빨라졌다.

미국은 강대국으로 성장하는 중국을 견제하고 아태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TPP 협상을 주도하고 있다.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일본 역시 최근 미국의 요구에 호응해 TPP에 참여할 의사를 밝혔지만 개방 수위를 둘러싸고 정치권의 갈등이 이어져 공식 참여 선언은 미루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한국은 양자 FTA와 다자간 협상을 병행하는 ‘쌍끌이 전략’으로 실리를 추구할 생각이다. 상황은 나쁘지 않다. 한국은 미국, EU와 이미 FTA를 체결했고 중국과도 한중 FTA 협상을 꾸준히 벌이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TPP에 참여하지 않고 있지만 TPP 협상국 중 7개국과 이미 개별적으로 FTA를 맺은 상태라 경제적 측면만 따지면 TPP 참여가 급하지 않다.

정부는 일단 양자 간 FTA를 우선적으로 추진하면서 한중일 FTA, RCEP 등은 상황을 지켜봐 가며 점진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아시아 국가들의 복잡한 정치 및 경제 역학구도를 감안할 때 협상이 단기간에 급물살을 타기 쉽지 않은 만큼 한국이 급하게 서두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안보 문제 등으로 한미 동맹을 공고하게 유지해야 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주도하는 협상에 적극성을 보이기 쉽지 않다는 ‘현실론’도 정부 내부에선 작용하고 있다. 통상교섭본부 당국자는 “다양한 지역통합 논의에 동참하는 게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지만 우선순위 면에서는 고려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며 “한중 FTA를 우선 추진하면서 그 결과물을 다자 간 협상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대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성열·이상훈 기자 ryu@donga.com
#미국#중국#RC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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