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기봉 성탄트리 올해는 불 밝힐까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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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천안함 이후 점등… 작년엔 김정일 사망으로 중단
軍 “종교자유 보장” 긍정 검토

지난해 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으로 켜지지 못했던 애기봉 성탄트리 등탑이 올해는 불을 밝힐 수 있을까. 1971년 세워진 애기봉 등탑은 2004년 6월 군사분계선(MDL) 인근에서 선전 활동을 중지하고 선전 수단을 제거하기로 한 제2차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 합의 이후 철거됐다가 2010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도발 이후 다시 불을 밝힌 바 있다.

18일 군 당국에 따르면 최근 일부 기독교단체가 애기봉(경기 김포시)과 평화전망대(강원 철원군), 통일전망대(강원 고성군) 등 최전방 지역에 성탄트리 등탑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협조를 요청해 왔다.

군은 종교 및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취지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고위 관계자는 “성탄 등탑 설치는 연례적 종교행사로서 북한의 상황 등을 고려해 추진 여부를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군 당국이 승인할 경우 성탄트리 등탑은 다음 달 중순 설치 작업과 시험 점등을 거쳐 23일경 점등식을 갖고 내년 1월 초까지 불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이 등탑 점등을 ‘민간단체의 전단(삐라) 살포와 같은 대북 심리전’이라며 강력 반발할 경우 점등식이 순조롭게 진행되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더욱이 등탑의 설치 시기가 김정일 사망 1년(12월 17일) 및 대선 투표일(19일)과 겹치는 상황이다.

지난해 12월 초 북한은 애기봉 등탑 설치 계획에 대해 “반공화국 심리 모략전을 본격화하겠다는 속셈”이라며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조성될 수 있다”고 위협했다. 이에 군은 애기봉 전망대에 방호시설 보강작업을 병행하고 병력과 타격전력을 증강 배치했지만 김정일이 사망하자 비상사태에 처한 북한을 자극할 수 있다고 보고 점등식을 취소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애기봉#성탄트리#MD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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