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튼 뒤 정치]문재인 선대위 두 캠프 티격태격, 왜

  • Array
  • 입력 2012년 11월 12일 03시 00분


코멘트

공천 탈락자 가세로 ‘시민캠프’ 정치화… 의원 중심 ‘민주캠프’에 사사건건 태클

文, 양복 벗고 공약 발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집권 후 추진 과제를 5대 핵심 분야로 나눈 ‘다섯 개의 문’에 대한 세부 실천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文, 양복 벗고 공약 발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집권 후 추진 과제를 5대 핵심 분야로 나눈 ‘다섯 개의 문’에 대한 세부 실천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1. 지난달 28일 전북 전주시 근영여고 강당에서 열린 민주통합당 전북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 사회자로 나선 문재인 대선후보의 ‘시민캠프’ 전북 공동대표 이재규 씨는 “민주캠프, 시민캠프 크로스(Cross)!”를 외치며 현역 의원 중심인 민주캠프 인사와 팔을 맞걸었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김성주 의원(전주 덕진)의 표정은 그다지 밝지 않았다. 당 관계자는 “두 사람이 4월 총선 경선 때 경합했던 사이인데 김 의원의 기분이 좋을 리 있겠나”라고 했다.

이 씨와 함께 전북선대위 시민캠프 공동위원장을 맡은 최형재 전주아름다운가게 대표도 4월 총선 경선 때 이상직 의원(전주 완산을)에게 고배를 마신 처지. 이 행사에는 이 의원과 최 대표도 나란히 참석했다.

#2. 민주당 중앙선대위 시민캠프의 한병도 국민명령정책참여본부장. 이 직책은 문 후보와 시민들이 직접 만나 대선공약을 토론하는 타운홀 미팅 등을 주관하는 요직이다. 시민캠프 소속이지만 그는 열린우리당 시절인 17대 국회 때 의원을 지낸 바 있다. 반면 그의 지역구였던 전북 익산갑의 ‘현역’인 이춘석 의원은 중앙선대위에서는 아무런 직함이 없다. 친노(친노무현)계인 한 전 의원과 달리 이 의원은 대선후보 경선 때 손학규 상임고문을 지원했던 비주류이자 비노(비노무현)계. 두 사람은 이번 4·11총선 때도 공천을 놓고 겨뤘고 다음 총선 때도 격돌이 예상된다.

문 후보는 9월 16일 후보로 확정된 직후 선대위를 구성하면서 “당이 주도하는 방식을 탈피하겠다”며 의원들이 중심이 된 민주캠프와 일반 시민이 주축이 된 시민캠프로 선대위를 이원화했다. 하지만 취지와는 달리 시민캠프에서 ‘진짜 일반 시민’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한다. 특히 ‘공천=당선’으로 여겨지는 호남지역을 중심으로 4월 총선 때 공천 경쟁에서 탈락한 인사들이 시민캠프에 참여한 사례가 두드러진다. 당 관계자는 “민주캠프와 시민캠프는 상호보완재가 아니라 물과 기름처럼 한데 섞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캠프와 시민캠프가 노골적으로 반목하는 사례도 왕왕 눈에 띈다. 지난달 24일 시민캠프 인사들은 선대위 회의에서 “민주당 의원들의 종합편성채널 출연이 잦다”며 ‘종편 출연 금지’를 당론으로 확인해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다음 날 이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소집된 의원총회에서는 종편의 ‘종’자도 나오지 않았다. 한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후보와 당의 정책을 하나라도 더 알리기 위해 언론매체 출연을 자청해도 부족할 판에 종편 출연 금지라니, 선거를 망치려고 작정한 것 같다”고 비난했다.

시민캠프 공동대표 겸 온라인 대변인인 문용식 씨는 지난달 22일 자신이 진행하는 인터넷방송에서 “문 후보는 당의 폐쇄성을 깨고 시민 참여를 보장하기 위한 플랫폼으로 시민캠프를 만들었는데 민주캠프 사람들은 아직 정신을 못 차렸다”며 민주캠프를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그러나 문 씨 역시 일반 시민과는 거리가 멀다. 지난해 말 손학규 당시 대표 시절 영입(유비쿼터스위원장)돼 모바일투표 도입을 제안했고, 4월 총선 경선(경기 고양 덕양을)에서 탈락한 뒤 6·15전당대회 때도 최고위원 선거에 나섰다 떨어졌다.

한 호남지역 의원은 “문 후보는 늘 ‘용광로 선대위’를 외치지만 전·현직 의원이나 총선 때 공천을 받은 사람과 탈락한 사람, 친노와 비노 등으로 나뉘어 충돌할 수 있는 지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총선 때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몇몇 전직 청와대 행정관이 당적을 회복하지 않은 상태에서 ‘친노’란 이유로 선대위 직함을 맡은 것도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문재인#민주캠프#시민캠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