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은 “6억 빌려줄 때 MB와 상의 없었다”

  • Array
  • 입력 2012년 11월 2일 03시 00분


코멘트

■ 사저특검, MB 큰형 소환… ‘시형씨 땅값’ 출처 추궁

이명박 대통령의 큰형 이상은 다스 회장이 내곡동 사저 터 의혹과 관련한 조사를 받기 위해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특검 사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이명박 대통령의 큰형 이상은 다스 회장이 내곡동 사저 터 의혹과 관련한 조사를 받기 위해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특검 사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이명박 대통령의 큰형 이상은 다스 회장(79)이 1일 내곡동 사저 터 특별검사팀에 나와 9시간가량 조사받고 오후 7시경 귀가했다. 이 대통령의 아들 시형 씨(34)가 특검에서 조사받은 지 1주일 만이다. 이 회장은 참고인 신분으로 특검에 나왔지만 이번 수사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인물 중 하나다. 시형 씨가 땅값으로 썼다는 12억 원의 절반인 6억 원을 시형 씨에게 현금으로 빌려준 당사자라는 이유다. 특검팀은 이 회장을 상대로 돈을 빌려준 경위와 돈의 출처를 조사하며 ‘빈틈 찾기’에 주력했다.

○ 50kg 돈 가방 나르러 경주서 서울로?

특검팀은 이 회장을 상대로 △6억 원을 왜 현금으로 빌려줬는지 △돈의 출처는 어디인지 △시형 씨에게 6억 원을 직접 건넨 게 맞는지 캐물었다. 큰아버지와 조카 사이인 두 사람이 굳이 차용증까지 쓴 이유가 뭔지도 추궁했다. 이 회장은 “시형 씨가 먼저 요구해 차용증을 썼고, 현금 6억 원을 직접 시형 씨에게 건넸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돈의 성격에 대해선 “사업상 필요에 따라 모아서 보관해놓은 돈”이라며 이 대통령의 비자금 등 불투명한 자금이 아니라는 주장을 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특검팀은 두 사람 사이의 거래 관계가 석연치 않다고 보고 있다. 경주에 있던 시형 씨가 혼자 서울까지 올라와 이 회장을 찾아가서 현금 다발이 가득 담긴 가방 3개를 받아 청와대까지 직접 옮겼다는 이들의 주장은 상식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시형 씨가 옮긴 가방 3개의 무게는 50kg이 넘는다. 떳떳한 거래라면 간단히 은행 계좌 이체로 받을 수 있는 돈을 왜 그렇게 복잡하고 번거로운 방법을 통해야 했는지가 특검팀이 주목하는 대목이다. 그래서 특검팀은 지난해 5월 24일 고속철도(KTX)를 타고 경주에서 서울로 올라와 이 회장을 찾아가 돈을 받아왔다는 시형 씨의 진술이 사실인지 확인하고 있다. 가족 관계인 두 사람 사이에 썼다는 차용증의 실체도 들여다보고 있다. 특검팀 관계자는 “시형 씨가 차용증 원본이라고 낸 서류의 진위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이날 서울 서초구 양재동 다스 서울사무소를 압수수색했다. 시형 씨가 작성한 차용증 원본 파일이 이곳에 있을 개연성에 주목한 것이다. 특검은 이날 다스 서울사무소 5층 회장실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에서 10월 한 달간 영상도 압수해 분석에 들어갔다.

○ 청와대 개입 여부도 추궁

이날 오전 9시 50분경 특검에 출석한 이 회장은 특검사무실 6층 조사실에서 장시간 조사를 받으면서도 아픈 기색은 없었다고 한다. 특검팀 관계자는 “이 회장은 차분하고 성실하게 진술했고 조사도 빠르게 진행됐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이 회장은 특검에 출두하면서 기자들에게 “차용증은 있었지만 이 대통령 내외와 상의를 하고 돈을 빌려준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조사를 마친 뒤에는 “시형 씨에게 빌려준 돈은 내 돈”이라고 기자들에게 답했다.

특검은 시형 씨와 이 회장의 진술에 엇갈린 부분이 있는지를 가려낸 뒤 재소환 여부를 검토한다. 현금 6억 원 출처 수사를 일단락 지은 특검은 2일에는 김인종 전 대통령경호처장(67)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시형 씨 측 땅값을 고의로 줄여줘 국가에 손해를 끼쳤다는 혐의를 조사한다. 특검은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도 주중에 소환한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이상은#이명박#다스#내곡동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