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 “무소속 대통령” vs 文 “정당없인 불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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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단일화 놓고 주도권 다툼
“文 분권형 대통령제 부정적”… “安 대통령 권한축소 부적절”
“권력분점 우리식대로” 충돌

문재인-안철수 충돌이 시작됐다. 경쟁적 협력 관계인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야권후보 단일화의 전제이자 핵심고리인 권력구조 문제를 놓고 벌이는 주도권 다툼이 치열하다.

두 후보의 본선 경쟁력 우열이 확연히 드러나지 않는 지금의 상황이 계속될 경우 단일화를 위해선 양측의 권력 분점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많다. 이 때문에 양측 모두 상대 후보가 양보할 경우 ‘내줄 수 있는 권한’에 대한 구상을 살짝 내비치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무엇보다 두 후보 모두 ‘본인 중심 단일화’를 상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10일에는 ‘무소속 대통령론’을 둘러싸고도 공방이 벌어졌다.

문 후보 진영은 연일 정당이 없이는 집권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문 후보는 이날 “단일화만 하면 이길 수 있다는 낙관은 금물”이라며 “민주당으로의 단일화만이 승리 보장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안 후보는 “만약 여당에서 대통령이 되면 밀어붙이기로 세월이 다 지나가고, 야당이 대통령이 되면 여소야대가 돼 임기 내내 시끄러울 것”이라며 “무소속 대통령이 되면 국회를 존중하고 양쪽을 설득해 나가는 게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라며 ‘무소속 대통령이 낫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물밑에선 단일화를 전제로 권력 분점에 대한 암투가 치열하다. 문 후보는 요즘 책임총리제와 함께 여당이 정책을 주도하는 정당 책임정치를 부쩍 강조한다. 정당이 없는 안 후보를 겨냥한 것이다.

이에 안 후보 캠프의 박선숙 공동선대본부장은 10일 “대통령과 총리가 부처를 나눠 역할을 분담하는 것은 우리 법에 보장된 권한의 범위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문 후보가 주장하고 있는 ‘대통령은 외교·국방을 맡고 총리는 내치·행정을 맡는 분권형 대통령제 또는 공동정부론’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힌 것이다. 결국 두 후보의 권력 분점 속내는 “내가 대통령할 테니 당신이 총리를 하시오”란 말로 귀결되는 셈이다.

권력 분점을 위한 개헌 필요성에 대해서도 두 후보는 생각이 다르다. 문 후보는 “대통령제보다 내각책임제가 훨씬 좋은 제도다. 대통령제를 유지한다면 4년 중임 분권형 대통령제가 필요하다”며 개헌 필요성을 시사했지만, 안 후보는 “지금도 총리제의 입법 취지를 잘 살리면 어느 정도의 분권이 가능하다”고 맞서고 있다.

안 후보가 정치개혁의 핵심으로 내세운 △국회 동의를 거쳐 대통령 사면권 행사 △대통령이 임명 가능한 자리를 현재의 10분의 1로 축소 △국회에 감사원장 추천권 부여 방안에 대해선 문 후보 측이 “현실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문 후보 캠프의 우상호 공보단장은 10일 라디오에서 “대통령 지명직을 줄이면 (그 자리에) 낙하산 관료들이 가게 돼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특히 우 공보단장은 “대통령 사면권 행사 시 국회 동의를 받겠다”는 안 후보의 공약에 대해 “지엽 말단적인 문제다. 적절치 않은 정책이 나온 것 같다”고 폄훼했다.
▼ 文 “민주당으로 단일화할 때만 승리” … 安 “무소속이 국회존중-여야설득 낫다” ▼

안 후보 측은 발끈했다. 유민영 대변인은 라디오에 출연해 “달을 가리키면 손이 아닌 달을 봤으면 좋겠다. 적재적소에 정정당당한 인사시스템을 갖추겠다는 것”이라고 문 후보 측을 비판했다. 안 후보의 정치혁신포럼에 참가한 교수들 사이에선 권력 분점과 관련해 다양한 구상이 나오고 있다. 박선숙 본부장이 겉으로 부인하기는 했지만 ‘대통령은 외치, 총리는 내치’의 분권형 대통령제는 물론이고 헌법 테두리 안에서 총리가 국무위원 추천권과 국무회의 주재권을 갖는 방안도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후보가 권력 분점 방안에 합의하고 대선에서 이길 경우 1997년 DJP(김대중-김종필) 연대의 수준을 뛰어넘는 공동정부가 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DJ와 JP의 현격한 지지율 격차 및 이념 차 등 당시 상황과 지금은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권 안팎에선 “권력 분점부터 얘기하면 권력 나눠 먹기로 비치기 때문에 정책과 비전을 기반으로 한 가치연대 형태의 공동정부 구성 방안을 논의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얘기도 적지 않다.

[채널A 영상] 文측, 安 정책발표 평가절하…본격적인 거리두기?

[채널A 영상] “내가 대통령 당신이 총리”?…文-安, 신경전 치열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문재인-안철수#후보 단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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