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의 女판사-성범죄 女전사’ 김소영 대법관 후보는…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11일 03시 00분


코멘트

기록의 女판사, 여성 최초직책 두루 맡아
성범죄 女전사, 높은 양형기준 적극 제시

“검찰 출신 남성 대법관이냐, 기수는 낮지만 여성 대법관이냐.”

지난달 26일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새 대법관 후보 4명을 추천한 뒤 양승태 대법원장은 고민에 빠졌다. 대법관 가운데 한 명을 검찰 출신 인사로 임명해 오던 전통을 깨기가 쉽지 않았다. 특히 이번에 임명 제청해야 할 새 대법관 후보는 안대희 전 대법관의 후임으로 ‘검찰 몫’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유일한 여성 대법관 후보로 추천된 김소영 대전고법 부장판사(47·사법연수원 19기)는 올해 2월 고법부장으로 승진했다. 그를 제청하면 ‘초고속 승진’이나 ‘기수 파괴’라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양 대법원장은 14일간 고심한 끝에 결국 10일 ‘김소영’ 카드를 꺼내 들었다. 대법관 구성의 다양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자는 예전부터 ‘잠재적인 대법관 후보’라는 평가를 받았다. 사법시험 수석 합격에 이어 여성 법관으로선 처음으로 법원행정처 심의관, 지원장(공주지원장), 대법원 부장급 재판연구관 등을 지냈다. 다만 대부분 남성 대법관이 사법연수원 6∼13기인 데다 유일한 여성인 박보영 대법관도 16기여서 “대법관이 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의견도 함께 나왔다.

하지만 양 대법원장은 김 후보자의 주요 판결과 업무능력 등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후보자는 서울중앙지법 민사10부 재판장으로 일하던 지난해 11월 6·25전쟁 민간인 학살 유족회를 만들었다가 간첩활동을 했다는 혐의로 수년간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김모 씨 등 피해자 30명에게 국가가 모두 27억9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올 6월에는 군부대 내 폭행과 자살의 인과관계를 폭넓게 인정해 국가가 자살한 병사 유족에게 6700여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또 대법원 양형위원회 수석전문위원으로 일하며 소액이라도 여러 차례 뇌물을 받으면 종전보다 가중 처벌되도록 했다. 특히 폭넓은 조사를 토대로 성폭력 범죄에 높은 양형기준을 적극 제시해 ‘싸움닭’으로 불렸다.

반면 사법 역사상 처음으로 검찰 몫 대법관 자리를 놓친 검찰은 크게 술렁였다. 한 검찰 관계자는 “안대희 전 대법관 등 검찰 출신 대법관들이 그동안 대법원의 주요 판결에 크게 기여했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검찰 출신 인사가 새 대법관으로 임명되려면 적어도 차한성 법원행정처장이 퇴임하는 2014년 4월까지 기다려야 한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