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법 수용한 날, MB ‘사랑으로’ 열창… “나는 외롭지 않아” 대목서 직원들 글썽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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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행정관 이하 직원 초청 만찬
일부 “잘 모셨어야 했는데…” 자탄

“바람 부는 벌판에 서 있어도 나는 외롭지 않아. (…) 우리들의 사랑으로 어두운 곳에 손을 내밀어 밝혀 주리라….”

이명박 대통령이 내곡동 사저 터 특검법을 수용한 21일 저녁 청와대 녹지원에선 갑자기 ‘해바라기’의 노래 ‘사랑으로’가 울려 퍼졌다. 이 대통령이 임기 중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행정관 이하 직원들을 초청한 ‘홈커밍 데이’ 행사 중 나온 것이다.

이 대통령은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만찬을 함께한 뒤 행사 말미에 직접 마이크를 잡고 참석자들과 ‘사랑으로’를 불렀다. 이 대통령이 진중한 목소리로 열창하자 식사할 때까지 화기애애했던 분위기는 숙연하게 바뀌었다. 특히 이날 임기 중 처음으로 이 대통령과 관련한 특검법이 국무회의를 통과한 탓인지, 이 대통령이 ‘나는 외롭지 않아’라고 노래한 대목에서 일부 직원들은 눈물을 글썽거렸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우리가 잘 모셨어야 했는데 안타까운 일이 벌어진 날 그런 노래를 들으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고 말했다. 류우익 정정길 임태희 등 전직 대통령실장들도 모두 참석한 이날 행사에서 이 대통령은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국가가 어려울 때 여러분이 있어서 헤쳐 나갈 수 있었다. 가족 같은 여러분들에게 늘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지난 주말 외부에서 열린 테니스 행사에 참가하고 미리 추석 성묘를 다녀오는 등 특검법 정국에 대비해 머리를 식혔다.

이 대통령은 22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테니스장 실내코트에서 열린 ‘2012 KDB 코리아오픈 프로암대회’에 참가해 유망주로 꼽히는 이덕희 선수와 팀을 이뤄 성 김 주한 미국대사 등을 상대로 2시간가량 복식 경기를 즐겼다. 평소 주변에 “내 낙은 테니스”라고 말하는 이 대통령은 요즘도 해외순방 등 특별한 일정이 없으면 1주일에 1, 2회 국가대표 출신 코치들과 테니스를 치며 건강을 다져왔다.

23일에는 부인 김윤옥 여사, 아들 시형 씨 등 내곡동 특검법으로 소환될 수도 있는 가족들을 데리고 헬기 편으로 경기 이천의 선영을 찾아 참배했다. 지난해까진 친형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이 동행했으나 올해는 이 전 부의장이 구치소에 수감돼 있어 함께하지 못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이명박 대통령#내곡동 사저 특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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