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진당 결국 분당 수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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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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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위서 혁신안 합의 못봐… 신당권파 본격 탈당 채비

통합진보당이 3일 사실상 분당 수순에 돌입했다. 신당권파는 탈당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의는 강기갑 대표가 제안한 ‘혁신 재창당안’에 대한 신구 당권파의 견해차만 확인한 채 끝났다. 혁신 재창당안의 요점은 △이석기 김재연 의원 사퇴 △5·12 중앙위원회 폭력사태 사과 △구당권파의 백의종군 등 3가지.

구당권파 유선희 최고위원은 최고위에서 “두 의원 사퇴 문제는 그동안 당내 절차를 밟아왔고 의원단에서 최종 제명을 부결한 만큼 이를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신당권파 천호선 최고위원은 “당원의 뜻이 단 한 사람의 의원에 의해 전복된 사실을 존중하라고 강요할 수 있느냐”며 “이제 결단을 내리고자 한다”고 맞받았다. 구당권파와 갈라서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강기갑 통합진보당 대표가 당 내홍에 책임을 지겠다며 3일 국회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강기갑 통합진보당 대표가 당 내홍에 책임을 지겠다며 3일 국회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강 대표는 “타결책을 내놓지 못한 것에 책임을 통감한다”며 “단식으로 속죄하는 기간을 보내고자 한다”고 선언했다. 그는 국회 내 통진당 의정지원단에서 소금과 물도 섭취하지 않는 ‘대국민 사죄 단식’을 시작했다.

내분이 극으로 치닫는 가운데 이정희 전 공동대표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5·12 중앙위원회 폭력사태가 많은 당원과 국민의 실망을 더했다는 점을 뼈아프게 받아들인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통진당 대선후보는 고통의 자리다. 쉬운 일이라면 아마 고민조차 않을 것”이라고 말해 출마를 시사했다.

신당권파는 즉각 반발했다. 노회찬 의원은 이 전 대표에게 “정치에도 염치가 있어야 한다”고 쏘아붙였다. 박원석 의원은 “분당의 책임을 면하기 위한 형식적이고도 가식적인 사과”라고 꼬집었다. 신당을 추진해온 신당권파 중심의 ‘진보정치혁신모임’은 성명을 내고 “대선 출마를 위해 껄끄러운 폭력 문제를 털어버리려 하는 이 전 대표의 사과에 농락당할 당원과 국민은 없다”고 비판했다. 진보정치혁신모임은 이날 밤 회의를 열어 탈당 및 분당 문제를 본격 논의했다. 당 진로를 결정하기 위해 6일 열기로 한 중앙위원회는 무산됐다.

의원총회에서 두 의원의 제명안을 최종 부결시켰던 김제남 의원은 “(분열의) 더 큰 책임은 구당권파 어느 누구도 혁신의 절박한 노력을 보여주지 않았다는 데 있다”며 “새로운 대중적 진보정당의 길에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결정적 순간에 구당권파의 손을 들어줬던 그가 이젠 신당권파로 합류할 뜻을 내비친 것이다.

노회찬 의원은 당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속죄하는 심정으로 저와 함께 인당수에 몸을 던져서 국민에 대한 죄송함과 밑바닥에서부터 다시 노력하겠다는 결의를 보여주자”며 이석기 의원에게 동반 사퇴를 제안했다.

이남희 기자 irun@donga.com
#통합진보당#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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