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한 日여성들 “위안부 문제 사죄합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14일 14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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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듣고 기가 막혔습니다. 일본인을 대표해 사죄드립니다."

14일 충북 청주시 상당구 성안길에서 서명운동을 하던 아라이 미요코(53·여) 씨는 "일본정부가 나서 일본군위안부 할머니들께 사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24년 전 한국인 남편을 따라 충북 청주로 왔다.

한국생활 이후 그는 언론을 통해 미처 알지 못했던 한·일 간의 역사를 접할 때마다 마음의 짐이 쌓여갔다고 한다.

"일본에선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교육조차 받지 못했습니다. 한국에서 TV를 보고서야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알게 됐습니다. 왜 일본 정부가 이 사실을 숨기면서 대책조차 마련하지 않는지 답답할 따름입니다." 심지어 그는 손기정 선수도 일본 사람인 줄 알았다고 한다. 그래서 손기정 선수가 한국 최초의 마라톤 금메달리스트였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을 때는 가슴이 아팠다.

그의 죄책감은 시아버지(78)로 인해 더 커졌다. 일제 강점기 때 시아버지가 일본군에게 무자비하게 폭행당했던 것이다.

그는 "시아버지로부터 며느리로 인정받는 데에만 7년이 걸렸다"며 "시집 온 이후 반일감정을 없애려는 노력부터 했었다"고 말했다.

한국에 온 지 29년째인 미야자키 사요코(58ㆍ여)씨도 마찬가지다.

중학교에 다니던 딸이 일본인 엄마를 뒀다는 이유로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았던 것이다.

그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듣고 딸을 가진 엄마로서 분노했고,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며 "기회가 생긴다면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께 용서를 구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광복절을 하루 앞두고 청주를 비롯해 전국 13곳에서 이런 고민을 안고 있던 일본 여성 1200여 명이 거리로 나서 '사죄'했다.

과거 일본이 저지른 역사적인 죄를 씻어내자는 취지로 지난 5월 결성된 '한일 역사를 극복하고 우호를 추진하는 모임' 회원들이다.

이들은 한복과 기모노를 차려입고 90도로 머리 숙여 사과문을 읽는 등 일본 정부를 대신해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용서를 구했다.

경남지부 회원 8명은 이날 통영시 광도면 통영서울병원에 입원한 위안부 할머니 김복득(95·여) 씨를 찾았다.

회원들은 "방문 자체가 조심스럽고 더 상처를 드리지 않을까 염려됐지만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었다"며 "앞으로 도울 일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말했다.

김 할머니는 "죽기 전에 꼭 일본정부의 사죄를 받아내고 싶었다. 이런 와중에 일본인들이 찾아줘 너무 고맙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일본인 여성들은 김 할머니와 함께 일제 강점기 당시 18세였던 김 할머니가 끌려갔던 강구안 문화마당과 인근 추모비 건립 예정지도 둘러봤다.

에리카와 야쓰에(65·여) 서울지역 대표는 "한국으로 시집 온 일본 여성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조직"이라며 "우리 활동이 역사적 죄를 씻기엔 부족하겠지만, 올바른 역사 청산을 통해 한국과 일본이 우의를 다질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충실히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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