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총선 공천헌금 수사]非朴 주자들 “경선 중단”… 공천헌금 의혹 일파만파

“사당화의 결과… 황우여 사퇴”… 박근혜 “주자들이 당 망치나”
제보자 정씨 “3억 쇼핑백 건네받은 조기문, 현기환과 통화”

새누리당 4·11총선 공천헌금 의혹 사건을 둘러싼 당내 갈등으로 비박(비박근혜) 대선주자들이 경선일정 참여 잠정 중단을 선언하면서 당 경선 자체가 파국의 중대 기로에 섰다.

김문수 김태호 안상수 임태희 등 비박주자 4명은 3일 “이번 사건은 특정인(박근혜 의원)의 사당화로 권력이 집중돼 생기는 필연적 부패와 비리의 결과”라며 공천 과정의 책임을 지고 당을 쇄신하는 차원에서 황우여 대표의 사퇴와 총선 지역구 공천 당시 ‘컷오프’ 자료의 공개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황 대표는 “책임을 지고 문제를 해결하는 게 우선”이라며 사퇴 요구를 거부했다.

그러자 안상수 전 인천시장을 제외한 3명은 이날 저녁 회동을 갖고 오후 11시로 예정됐던 KBS 경선후보 토론회 참석을 거부하는 것을 시작으로 경선일정 보이콧에 들어갔다. 박근혜 의원은 이날 밤 KBS 토론회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선후보로 나온다는 분들이 실망스럽다. 당을 망치는 일”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앞서 새누리당은 이날 오전과 오후 두 차례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공천헌금 의혹 사건 대책을 논의한 끝에 현기환 전 의원과 현영희 의원에게 탈당을 권유하기로 했다. 당 지도부는 오전엔 두 사람을 최고위원회의에 불러 해명을 들은 뒤 탈당·출당을 보류하고 당 윤리위원회에 이 사건을 회부해 조사하기로 했다. 그러나 비박 주자들이 황 대표 사퇴를 요구한 뒤 열린 오후 회의 때는 이를 번복하고 탈당을 권유키로 하는 등 내홍을 거듭했다. 당은 두 의원이 탈당을 거부하면 출당 등의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현 의원 측은 “억울하지만 어려운 결정을 내린 당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한다. 심사숙고해서 결정할 것이다”고 밝혔다.

한편 공천헌금 의혹 사건의 제보자인 정동근 씨(36)는 “3월 15일 부산의 현 의원 남편 사무실에서 3억 원을 받은 뒤 KTX를 타고 서울로 올라가 새누리당 조기문 전 부산시당 홍보위원장에게 건넸다”고 검찰에서 진술한 것으로 3일 알려졌다. 부산지검 공안부(부장 이태승)는 2일부터 이틀간 정 씨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정 씨는 “서울역 3층 한식당에서 은색 쇼핑백에 담긴 3억 원을 조 전 위원장에게 건넸다”며 “조 전 위원장은 루이뷔통 가방에 돈을 옮겨 담은 뒤 현 전 의원과 통화와 문자를 주고받았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이날 자진 출두한 현 전 의원을 밤늦게까지 조사했다. 현 전 의원은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으며 그가 정 씨를 무고죄로 고소함에 따라 고소인 조사도 받았다. 현 의원도 검찰에 출두할 뜻을 밝혔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