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미얀마와 회담 연기… MB 초청에 뿔났나

  • Array
  • 입력 2012년 7월 12일 03시 00분


코멘트

ARF참석 80세 박의춘 외무상 하루 7개국과 연쇄회담 잡았다 결국 일부 일정 미루고
숙소로

북한 박의춘 외무상(80·사진)이 11일 캄보디아 프놈펜에 도착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회원국들을 상대로 한 외교 활동을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이후 북한이 처음 참석하는 국제회의다.

박 외무상은 ARF 개막 하루 전인 이날 오전 중국 양제츠(楊潔지) 외교부장과의 양자회담을 시작으로 미얀마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등 7개국 외교 장관과의 회담 일정을 잡았다. 저녁까지 숨 돌릴 틈 없이 빡빡하게 소화해야 하는 일정이었다. 비행기 연착으로 이날 오전 2시가 돼서야 프놈펜 공항에 내린 고령의 박 외무상에겐 버거워 보이는 스케줄이었다.

박 외무상은 이날 숙소인 프놈펜호텔을 나와 회담장으로 가는 길에 취재진을 향해 미소를 지어 보이거나 손을 흔들기도 했다. 그러나 오후에는 피로감 때문인지 일부 일정을 연기했다. 특히 미얀마와의 회담은 중국에 이어 두 번째 일정으로 잡혀 있었는데도 북한이 회담을 전격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놓고 ‘미얀마가 최근 이명박 대통령을 초청해 양국 간 협력을 강조한 것에 북한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박 외무상과 김명길 아태국장 등 북한 대표단 10여 명은 각국과의 양자회담에서 4월 장거리로켓 발사가 ‘평화적 우주 이용’을 위한 인공위성 발사였다고 주장하며 식량 지원과 경제 협력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미얀마 등의 민주화로 북한이 소원해진 동남아 국가들을 다시 붙잡으려고 발버둥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이 미국, 한국과 대화나 접촉을 할지는 불투명하다. 한미 양국은 2·29 북-미 합의를 깨뜨린 북한이 진정성 있는 행동을 보이기 전에는 ‘대화를 위한 대화’를 하지 않겠다고 밝혀 왔다. 1년 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ARF에서 극적으로 남북 비핵화 회담을 성사시키며 부드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던 때와는 크게 달라진 분위기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이번 ARF 의장성명에 ‘6자회담의 재개’ 같은 내용을 넣는 데 별로 관심이 없다”며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프놈펜=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북한 박의춘#미얀마 회담 연기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