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석 “3억은 대선자금”… 2007년 ‘판도라 상자’ 열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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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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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축은행 수사 대선자금으로 번지나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이 검찰에서 “2007년 대선 당시 정두언 의원에게 대선자금을 제공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고 진술한 것은 돈의 실체가 대선자금이었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핵심적인 내용이다. 검찰이 대선을 앞둔 시기에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의원이 돈을 받았다는 혐의를 상당 부분 소명한 상황에서 돈을 준 의도까지 밝혀지면서 문제의 돈이 대선자금으로 쓰였을 거라는 의혹은 점점 짙어지고 있다.

결국 이번 수사가 이 전 의원이나 정 의원의 ‘개인비리’가 아니라 이 대통령의 대선자금 수사로 번질 가능성도 현재로서는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다만 이 전 의원이 이 돈의 사용처를 밝히거나 대선에 썼다고 진술할 가능성이 거의 없어 검찰은 대선자금으로 수사를 확대하는 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 대선자금에 실제 쓰였을까

임석 회장
임석 회장
현재까지 수사 결과에 따르면 2007년 당시 임석 회장은 유력한 대선 후보인 이명박 대통령 측에 줄을 대려고 적극적으로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 ‘보험’ 성격의 대선자금을 건네려 했다는 것이다. 그는 평소 알고 지내던 이호영 씨(현 국무총리실 국정운영2실장)를 통해 정 의원을 소개받은 뒤 “선거(대선)에 도움을 주고 싶다”며 정 의원을 통해 이 전 의원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임 회장은 두 사람과 함께한 자리에서 3억 원을 건넸고 정 의원이 그 돈을 차에 싣고 갔다고 한다.

검찰은 돈이 오간 저녁식사 자리에서 돈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다는 임 회장 등의 진술과 관련해 사전에 돈의 성격에 대해 관련자 모두의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은 아니었는지 의심하고 있다. 검찰이 6일 임 회장이 건넨 3억 원을 이 전 의원과 정 의원이 함께 받았다며 공범 혐의를 적용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한 것도 정 의원의 적극적인 개입이 있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정 의원이 당시 이명박 후보의 최측근으로 대선 승리에 전력투구할 때라는 점을 감안하면 문제의 돈이 대선자금이라는 추론이 더욱 설득력을 갖게 된다. 정 의원이 부담스러운 불법자금을 직접 나서 중개했다는 혐의는 대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돈을 마련할 필요성이 있었던 당시 정황을 간접적으로 엿볼 수 있게 해준다는 해석도 나온다. 결국 대선자금을 모으려 정 의원이 적극적으로 움직였고 돈은 결국 이 전 의원에게로 모이지 않았겠느냐는 추론이 가능한 것이다.

○ 이상득, 대선자금 저수지였나

대선에는 돈이 많이 든다. 공식적이고 합법적인 용처 말고도 은밀하게 돈을 써야 할 곳이 셀 수 없이 많다.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캠프의 돈을 움직이는데 이 대통령 캠프에서는 이상득 전 의원이 적임자였을 것으로 보인다. 임 회장의 돈이 그에게 흘러들어 갔다는 혐의도 이런 배경과 무관치 않다.

2007년 대선은 특히 검찰이 2002년 대선 당시 불법 대선자금을 제공했던 대기업들에 대해 대대적인 수사를 벌인 뒤여서 정치권이 대기업들로부터 음성적인 자금을 받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임 회장처럼 현금 동원 능력이 뛰어난 중소기업 경영인이 유력한 대통령 후보였던 이 대통령 캠프에 줄을 댈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만일 이 전 의원과 정 의원이 대선자금 차원에서 돈을 받은 것으로 확인된다면 ‘제2의 임석 회장’이 존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치권에서는 당시 이 대통령 캠프의 핵심이었던 정 의원이 자금 지원 의사를 밝힌 기업인들과 이 전 의원을 연결해주며 불법 대선자금을 모았을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 대선자금 수사에는 신중한 검찰

하지만 검찰은 2007년 대선자금 관련 의혹은 수사의 목표도 아니고 수사할 여력도 없다며 선을 긋고 있다. 실제로도 이 전 의원이나 정 의원이 대선자금과 관련된 의혹에 대해 구체적으로 진술하지 않는다면 수사를 하더라도 성공 확률이 높지 않다는 게 부담이다. 무엇보다 받은 돈이 대선에 쓰였는지 입증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특히 12월 대선을 5개월 남짓 남겨둔 시점에서 대선자금 문제를 건드릴 경우 정치권에 핵폭탄 규모의 파장을 몰고 올 수 있어 수사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검찰 내부의 판단이다. 복합물류센터인 파이시티 인허가 로비 의혹 수사 당시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받은 불법 자금 8억 원에 대해서도 대선자금 관련 의혹이 불거졌지만 수사로 이어지진 않았던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우세하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임석#솔로몬저축은행#이상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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