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 與 “대선까지 주도권” 민주 “朴 논리는 모순”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6일 03시 00분


여야가 경제민주화 경쟁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이번 대선에서 양극화 해소와 대·중소기업 상생 등 경제민주화 어젠다가 승패를 가를 핵심 이슈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먼저 경제민주화 화두를 선점한 것은 새누리당이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과 이한구 원내대표의 ‘경제민주화 설전’으로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에 성공한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 측은 5일 캠프 구성과 인선을 발표하며 다시 한 번 드라이브를 걸 태세다. 공동 선대위원장인 김 전 비대위원이 정책위원장도 겸직하기로 한 것.

정책위 멤버는 김 전 비대위원을 포함해 모두 7명. 이 중 5명이 경제 분야 전문가다. 박 전 위원장이 가장 공들이는 경제민주화 관련 세부 내용을 조율하고 정리하는 게 이들의 몫이다. 이들 가운데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과 안종범, 강석훈 의원은 오래전부터 박 전 위원장의 자문역을 해왔으며 이미 경제민주화의 방향과 해법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관건은 김 전 비대위원과 현명관 전 전경련 상근부회장의 역할이다. 김 전 비대위원은 재벌의 지배구조 개혁을 강조하는 캠프 내 ‘경제 좌파’다. 반면 호텔신라, 삼성시계, 삼성물산 대표를 차례로 지낸 현 전 부회장은 대표적 삼성맨으로 캠프 내 ‘경제 우파’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비서실장을 지낸 현 전 부회장이 정책위에 합류한 것은 경제민주화에 대한 재벌의 불안감을 달래면서 지속가능한 복지를 위한 성장동력을 만드는 데 주력하겠다는 의미를 동시에 담아낸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김 전 비대위원과 현 전 부회장이 양쪽에서 균형추 역할을 하는 가운데 김 원장과 안, 강 의원이 이론적 뒷받침을 할 것으로 보인다.

재벌의 지배구조 개혁을 놓고는 정책위원들 간에 최종 조율이 필요한 만큼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나 담합 구조를 바로잡는 문제를 캠프 공약 1호로 꺼낼 가능성이 커 보인다. 새누리당 대선공약기획단도 측면 지원해 경제민주화 이슈를 대통령선거 때까지 계속 주도해 나간다는 게 박 전 위원장 측 전략이다.

박 전 위원장이 대선 출마 선언에 앞서 경제민주화 화두를 선점하자 민주통합당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경제민주화는 야권의 이슈인데 새누리당이 치고 나와 아쉽게 됐다”며 “구체적 내용과 실질적 성과를 통해 차별화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날 민주당은 경제민주화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 ‘경제민주화포럼’을 새로 출범시켰다. 창립식에는 문재인, 손학규 상임고문 등 민주당 대선주자들이 참석해 박 전 위원장과 각을 세웠다. 민주당의 반격이 시작된 셈이다.

문 고문은 “재벌에 무소불위의 시장 권력을 넘겨주는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운다는 박 전 위원장의 2007년 대선 공약) 정책을 고집하면서 경제민주화를 얘기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라며 재벌 개혁과 최저임금 인상을 향후 추진 과제로 꼽았다.

손 고문은 비정규직 차별 철폐, 골목상권 보호, 적정시간 근로 등을 경제민주화의 과제로 언급했다. 손 고문은 “성장의 과실을 골고루 나누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꼭 정권교체를 하겠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 일고 있는 경제민주화 논란에 대해 재계도 조직을 정비하고 반대 논리를 홍보할 수단을 마련하는 등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유관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은 5일 사회·복지 분야를 담당하는 연구조직인 사회통합센터를 신설하고 ‘왜 사회통합인가’를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센터는 정치권의 복지·조세정책을 모니터링하고 대안을 내놓으면서 학계와 전문가그룹, 비정부기구(NGO)가 참여하는 네트워크를 구성할 계획이다. 시장경제 연구기관인 자유기업원은 최근 이사회를 열고 ‘자유경제원’으로 이름을 바꿨다. 자유경제원은 9월경 자유주의 및 자본주의를 설명하는 월간지를 창간할 계획이다. 자유경제원 측은 “경제 문화 정치 분야를 두루 다룰 새 잡지는 보수는 나쁜 것이라고 여기는 일부 청년층의 인식을 바꾸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움직임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현진권 한경연 사회통합센터 초대 소장은 “경제민주화라는 말은 쓰면 쓸수록 이 말을 만들어낸 정치세력에 이익이 되는 측면이 있다는 게 고민”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경제민주화#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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