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인단 대리등록 주부 “애가 아파도 사람 모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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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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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번 구속 세번 무죄’ 박주선, 1심서 의원직 상실형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무소속 박주선 의원이 27일 광주지법 법정을 나와 엘리베이터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광주=뉴시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무소속 박주선 의원이 27일 광주지법 법정을 나와 엘리베이터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광주=뉴시스
광주지법이 무소속 박주선 의원에게 실형선고를 한 것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부정선거에 대한 사법부의 엄단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법원이 이례적으로 현역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서까지 국회에 보낸 것은 정치권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부정선거를 더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 가정주부까지 감옥에 보낸 부정선거

“이번 일로 너무 재촉을 받아서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고 로봇처럼 명령대로 따르는 자신이 너무 싫었다. 세상이 다 이런가 보다. 출신이 낮으면 이렇게 살아야 되는가. 아기가 아파서 누워 있는데도 모바일 투표 받아오는 나 자신이 싫었다. 두 번 다시 이런 단체 모임은 가입하지 않을 것이며 동구에 사는 것이 싫다. 이번 사건으로 상처를 너무 많이 받았으며 정치의 세계가 이런가 보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현상을 뼈저리게 느낀다. 거짓된 생활 속에 살면서 웃는 내 모습이 진정한 모습인가 거울을 보면서 생각하고 싶다.”

이번 박주선 의원의 선거인단 대리등록 사건에 연루돼 구속됐던 화장품 영업사원 정모 씨가 검찰의 피의자 신문조서에 자필로 적은 내용이다. 정 씨는 올 2월 26일 이 사건과 관련해 선거관리위원회의 현장조사를 받다 단속 현장인 주민자치센터(동사무소)에서 투신해 숨진 전 광주 동구 계림1동장 조모 씨(64) 등이 참여한 불법선거 사조직 소속이었다.

이 사건의 재판장인 문유석 부장판사는 이례적으로 선고에 앞서 이 진술서를 소개했다. 또 판결을 통해 “조 씨는 투신자살했고 동네 통장으로 일하던 평범한 가정주부 등 여러 사람이 구속돼 옥고를 치르고 법정에 섰다”며 “아름다운 민주주의의 축제여야 할 선거가 피와 눈물, 돈으로 얼룩진 비극으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이런 비극에는 중한 책임이 따르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법원은 박 의원의 부정선거를 권력층의 부정부패에 그치지 않고 평범한 소시민들을 파탄으로 몰아넣은 비극의 원인으로 본 것이다. 정 씨는 현재 광주 집을 떠나 사람들과 연락을 끊고 지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 “부정선거 어림없다”…넘어야 할 산도 많아

이번 판결은 6월 18일 대법원 양형위원회(위원장 이기수)가 공직선거에서 금품으로 유권자나 후보자를 매수하는 범죄에 대해 원칙적으로 당선무효형인 징역형을 선고하도록 권고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제 박 의원이 구속되기까지는 복잡한 절차가 남아 있다. 현역 의원이 가진 불체포 특권 때문이다.

헌법 제44조는 ‘국회의원은 현행범인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 국회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재 국회는 원 구성 전이더라도 국회법에 따라 임기 시작 7일 후인 6월 5일부터 30일간 회기가 진행 중인 것으로 본다. 따라서 이 기간에는 박 의원을 구속할 수 없다. 다만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처리되면 박 의원을 구속할 수 있다.

다음 달 4일이 지나더라도 회기가 다시 시작되거나 연장되면 구속할 수 없다. 또 박 의원이 항소하면 관할법원이 상급법원인 광주고법으로 바뀐다. 바뀐 재판부가 형 확정 때까지 구속의 필요성을 인정할지도 미지수다. 또 현역 의원인 박 의원은 회기가 아닐 때 구속되더라도 국회의 요구가 있으면 회기 중 석방된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부정선거#민주통합당#박주선#선거인단 대리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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