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진 부정경선 2차 보고서… 혁신파 vs 당권파 대립 격화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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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IP 투표 1만2000명… 현장투표 32.4%는 무효”

이중투표와 대리투표, 조직동원투표, 동일 인터넷주소(IP)에서 특정 후보에게 270표 몰표…. 통합진보당 총선 비례대표 후보 경선의 온·오프라인 투표에서 ‘부정’과 ‘부실’이 광범위하게 행해졌음이 재확인됐다. 통진당 진상조사특위는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비례대표 부정경선에 대한 2차 진상조사 결과 선거관리부터 현장투표, 온라인투표 과정까지 부정을 방조한 부실의 과정이었다. 선거의 절차와 원칙이 심각하게 훼손된 선거다”라고 발표했다.

당 전국운영위원회는 이날 재석 31명 중 27명의 찬성으로 2차 진상조사보고서를 공식 채택했다.

전체 투표자의 90%를 차지하는 온라인투표에서는 당직자들이 미투표자 현황을 열람한 정황이 포착됐다. 미투표자 현황이 있는 페이지를 열람한 IP를 추적한 결과 당사의 IP 3개에서 각각 1151차례, 287차례, 46차례 해당 페이지에 접근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직자 3명의 자리에서 반복적으로 미투표자 현황을 열람한 것. 미투표자 현황에는 이름과 소속 지역위원회, 휴대전화 번호가 담겨 있다. 미투표자 현황을 엑셀 파일로 총 10차례 내려받은 사실도 확인됐다. 이들 자료는 대리투표나 조직동원 투표에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특위는 밝혔다.

온라인투표의 경우 같은 IP에서 몰표가 나오는 등 광범위한 부정 사례도 공개됐다. 보고서는 특히 “A 후보에게 270건의 몰표가 나온 제주 지역 컴퓨터 IP에서는 현장투표소가 아닌데도 현장투표소에서만 사용 가능한 ID를 불법으로 사용해 온라인 투표 여부를 확인했다”고 적시했다.

A 후보는 국민참여당 출신 오옥만 후보다. 특위는 730명이 투표 여부를 조회한 시점 이후 온라인투표를 했다고 밝혔다. 투표 독려 행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현장투표에서도 부정과 부실이 드러났다. 일부 투표소 선거인명부에는 특정인들에게만 형광펜, 휴대전화 번호 등 특정 표시가 되어 있었다. 특위는 “투표담당자가 선거인명부상의 미투표자 정보, 온라인 투표자를 확인해 현장투표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 “당사 IP 3곳서 1484차례 접근… 미투표자 현황 10번 다운로드”

선거인명부상에서 선거인과 투표담당자의 서명을 지웠으나 온라인 현장투표 시스템에선 투표한 것으로 등록된 사례도 발견됐다. 이에 해당 투표소 투표담당자는 “선거인명부상 35명인데 투표용지가 34장밖에 없어 재차 확인했으나 이유를 알 수 없어 임의로 선거인명부상의 한 명을 지웠다”고 진술했다.

특위가 필적 감정을 의뢰한 결과 투표용지 투표담당자의 서명을 모방해 한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사례도 나왔다. 투표가 끝난 후 개표 과정에서 투표담당자의 도장을 찍은 투표소도 있었고, 투표용지에 투표담당자의 도장과 지역선관위의 직인을 미리 찍어 배부한 사례도 발견됐다.

투표용지에 투표담당자 서명이 없는데 유효 처리된 곳도 있었다. 한 개의 투표함을 이동해서 두 곳의 투표소에서 사용하기도 했으며 기표용구를 사용하지 않은 투표용지를 유효표 처리하거나 2, 3개의 기표용구를 사용한 곳도 다수 있었다. 또한 △투표 당시 선거권이 없는데 현장투표한 사람 △현장과 온라인에 이중투표한 사람 △현장 두 곳에서 이중투표한 사람들도 있었다. 이 투표소 투표함을 무효 처리할 경우 1503표가 무효가 된다.

현장과 온라인에 이중투표를 하거나 현장 2곳에서 이중투표를 한 사례가 나온 투표소의 투표함을 무효 처리하면 전체 현장투표 수의 32.4%가 무효가 된다는 게 특위의 설명이다.

선거관리도 엉망이었다. 통진당은 과거 민주노동당 당직자의 대학동기 업체와 수의계약을 체결해 인터넷 투표를 관리했다. 해당 업체 사장은 선거관리 프로그램을 개발한 경험이 없으면서도 통진당 선거관리 업무를 수주해 해당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당 선관위의 통제 없이 특정 당직자가 업체 사장과 접촉해 프로그램을 수정한 사실도 드러났다.

5명 이상의 동일 IP 중복 투표자가 1만2000여 명에 이르고, 선거관리 분과가 조사한 2개의 장소에서는 직접투표 원칙을 위반하여 대리투표를 행한 의혹도 발견됐다.

통진당은 26일 진상조사보고서 채택을 놓고 진통을 겪었다. 진상조사특위는 이날 0시부터 오전 10시까지 밤샘 회의를 열어 비례대표 경선 부정을 확인하는 보고서를 의결했다. 표결에 부쳐 8 대 2로 보고서를 통과시킨 것.

당권파는 의결 절차를 문제 삼으며 공세의 포문을 열었다. 2차 보고서 발표를 불과 2시간 앞두고 김동한 진상조사특별위원장(성공회대 외래교수)이 돌연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는 “법학자의 양심에 기초해서 봤을 때 이번 조사는 객관성과 공정성이 철저히 보장되지 못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당권파가 문제 삼는 부분은 특위가 용역업체에 의뢰한 온라인투표 보고서 폐기 여부다. 특위는 용역업체에 의뢰한 결과 9명의 비례대표 후보에 대한 몰표 현상이 있었다고 확인했다. 김미희 의원은 “온라인투표 분과에서 공식적으로 의뢰한 기술검증 보고서조차 표결을 통해 폐기됐다”고 주장했다. 이정미 혁신비상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온라인투표 분과의 보고서도 2차 보고서에 일부 인용했으며 폐기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석기 의원 측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2차 진상조사 결과에 대해 “진실을 은폐한 불공정 보고서를 규탄한다”고 말했다. 당권파가 보고서의 신뢰성을 문제 삼는 이유는 이석기, 김재연 의원이 “1차 조사를 신뢰할 수 없다. 2차 조사에서 책임질 게 있다면 따르겠다”고 밝혀왔기 때문이다. 2차 보고서에서 ‘부정 경선’이 드러나도 사퇴하지 않을 명분을 축적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남희 기자 irun@donga.com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통합진보당#부정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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