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지도부 경선관리위 강행… 이재오 “황우여, 朴캠프 가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12일 03시 00분


코멘트

■ 새누리 대선 경선룰 싸움, 감정싸움으로 번져

새누리 지도부, 논산 훈련소 방문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와 이혜훈, 이정현 최고위원 등 지도부가 11일 오후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를 방문해 세탁공장에서 훈련병들의 의복을 살펴보고 있다. 논산=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새누리 지도부, 논산 훈련소 방문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와 이혜훈, 이정현 최고위원 등 지도부가 11일 오후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를 방문해 세탁공장에서 훈련병들의 의복을 살펴보고 있다. 논산=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 룰을 둘러싼 친박(친박근혜)-비박(비박근혜) 진영의 갈등이 감정싸움으로 치닫고 있다. 친박 중심의 당 지도부는 11일 경선관리위원회 출범을 강행했다. 비박 진영을 향한 ‘예고된 일격’이었다. 비박 대선주자들은 “당 지도부가 특정인 캠프의 대리인 역할을 한다”며 맹공을 퍼부었다.

새누리당은 이날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경선관리위 출범을 의결했다. 전북 전주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최고위에서다. 통상 지역현장을 방문할 때는 지역 현안을 다뤄왔다. 하지만 이날 전주에선 정치적으로 가장 민감한 당내 현안이 결정됐다. 당헌·당규대로 8월 21일까지 경선을 치르려면 경선관리위 출범을 더는 미룰 수 없다는 친박 진영의 판단 때문이다.

비박 진영의 심재철 최고위원은 회의 도중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그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각 대선주자의 의견을 담아낼 논의기구를 만들라고 요구한 지 열흘이 넘었다”며 “지금까지 아무런 얘기도 없다가 경선관리위 출범을 의결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심 최고위원이 경선관리위원 추천을 철회하는 바람에 당초 13명으로 출범하려던 경선관리위는 이날 12명만 임명했다. 나머지 1명은 황우여 대표가 새로 추천하기로 했다. 경선관리위원 중 현역 의원은 장윤석(3선) 신성범 여상규(이상 재선) 함진규 의원(초선) 등 4명. 이들은 중립 성향으로 평가된다. 위원장은 김수한 전 국회의장이다.

이런 구성에도 비박 진영의 반발은 누그러지지 않고 있다. 경선관리위의 출범을 곧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추대하려는 움직임으로 보기 때문이다. 비박 대선주자들은 지난달부터 당 지도부에 경선준비위 구성을 요구했다. 경선준비위는 경선관리위와 달리 각 주자의 대리인들이 참여해 경선 룰과 시기 등을 백지상태에서 논의하는 기구다.

당 지도부가 시간 부족을 이유로 경선관리위 출범을 강행하려 하자 비박 진영은 10일 1차 배수진을 쳤다. “경선 룰을 정하기 전에는 후보 등록을 하지 않겠다”는 선포였다. 이는 경선 불참과 함께 탈당 카드도 꺼낼 수 있다는 이중 포석이었다. 하지만 당 지도부는 꿈쩍도 않고 예정대로 밀어붙였다. 비박 진영은 감정이 상할 대로 상했다며 격앙돼 있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11일 광주지역 기자들을 만나 “새누리당은 내가 입당한 지 19년 만에 유례없는 일당화가 됐다”며 “황 대표를 비롯해 당 지도부가 모두 박심(朴心·박근혜의 의중) 살피기에 주력하고 있다. 지도부가 부끄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지사 측 신지호 전 의원은 “친박 진영이 최소한의 존중과 배려도 없이 우리를 완전히 깔아뭉갰다”며 “경선 판이 깨질 확률이 어제보다 2배 높아져 70%에 이른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재오 의원은 황 대표를 겨냥해 “오만하고 독선적인 발상을 갖고 경선 관리를 하겠다면 중립적으로 이뤄지겠느냐”며 “아예 대표직을 내려놓고 특정인 캠프에 가 대리 역할을 하는 게 맞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날 최고위에서 경선관리위 출범이 의결된 직후 김 지사 측 차명진 전 의원과 이 의원 측 권택기 전 의원, 정몽준 전 대표 측 안효대 의원은 따로 만나 대책을 논의했다. 안 의원은 회동 후 “당 지도부가 대선주자들을 완전히 무시했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며 “우리보고 경선에 참여하지 말라는 얘기다. (대선주자들이) 결단하는 데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박 진영은 조만간 열릴 경선관리위의 1차 회의를 지켜본 뒤 행동에 나설 계획이다.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최고위 산하에 비박 주자의 대리인들이 참여하는 자문기구를 두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었지만 심 최고위원의 퇴장으로 별다른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또 실질적 권한이 없는 자문기구 구성에는 비박 진영이 반발하고 있어 경선관리위의 1차 회의 결과가 주목된다.

당의 핵심 관계자는 “8월 21일까지 경선을 마치려면 7월 초까지 후보 등록을 받고 7월 중순에는 선거인단을 확정해야 해 일정이 매우 빠듯하다”며 “비박 주자들의 경선 불참이 현실화되면 경선 일정 전체가 어그러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당장 박근혜 전 위원장도 ‘경선 룰 갈등’이 악화일로로 치달으면서 대선출마 선언 시점을 잡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은 이날 박 전 위원장 앞으로 공개질의서를 보냈다. 질의서는 △경선 룰을 절대 못 바꾼다는 게 박 전 위원장의 원칙인지 △비박 주자들이 경선에 불참해도 경선을 치를 것인지 △경선 룰이 당헌·당규라서 못 바꾼다면 4·11총선에 앞서 당헌·당규를 전면 개정한 것과 모순이 아닌지 등의 내용이다.

● 새누리 대통령후보 경선관리위원회

▽위원장
김수한 전 국회의장

▽위원(11명)
장윤석 여상규 신성범 함진규 의원, 조갑진 인천 계양갑 당협위원장, 손숙미 전 의원, 유병곤 전 국회사무처장, 이연주 한국청년유권자연맹 대표, 김진태 맑은물되찾기연합회 사무총장, 이정재 한국대학총장협의회 부회장, 곽진영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전주=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새누리#경선관리위#비박주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