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대량 아사 ‘과도한 군량미 공출 탓’ 인정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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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당 지도부 내부문서 작성… 日 언론, 北관계자 증언 보도

북한이 황해남도에서 올 1, 2월 발생한 대량 아사(餓死)에 대해 사실상 ‘인재(人災)’라고 인정하는 내부 문서를 작성했다고 일본 마이니치신문이 1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중국 베이징(北京)발 기사에서 북한 무역관계자의 증언을 인용해 조선노동당 지도부가 3월 중순 작성한 내부 문서에 ‘대량 아사는 군을 위한 과도한 식량 공출 때문에 발생했다’는 내용을 담았다고 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황해남도는 북한의 곡창지대이지만 작년 7월 수해로 수확량이 예년보다 감소했다. 또 수확의 대부분을 국가가 공출해 농장 노동자들은 2, 3개월분의 식량밖에 배급받지 못했다. 이에 따라 황해남도 연안과 백천, 청단 등 3개 군에서 연초 집단농장의 많은 노동자와 가족이 굶어 죽었고 황해북도 개성시 일부 지역에서도 비슷한 사태가 벌어졌다.

▶본보 1일자 A2면 100만명 굶어죽은 18년전 악몽 또? 공포의 北

조선노동당이 작성한 내부 문서는 이에 대해 “황해남도가 수해로 곤란한 상황에 빠졌다. 특히 농장원들 가운데 식량 부족으로 어려운 세대가 증가했다”고 식량난을 언급했다. 문서는 이어 “농장 세대가 군량미를 보장하기 위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해 식량난이 흉작뿐 아니라 과도한 군량미 공출에 의한 것이라는 점을 인정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 신문은 “북한은 군을 우선하는 선군정치를 국가의 기본 방침으로 하고 있다”며 “군으로의 식량 공출을 우선하는 바람에 문제가 발생했다는 견해를 내부 문서에 기재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보도했다. 이와 함께 “북한의 신지도자인 김정은이 새 체제 출범 이후 ‘문제를 다시 보는 자세’를 국민에게 선전해왔고 (내부 문서는) 이런 방침의 표현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북한#황해도 아사#군량미 공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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