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통합진보 부정경선 수사]투개표 기록 없을땐 → 하드디스크 압수 → 진술 확보 ‘최후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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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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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檢 수사 어떻게 되나

통진, 법무장관 면담요구 연좌농성 통합진보당 강기갑 혁신비상대책위원장과 당권파인 오병윤 
당원비상대책위원장, 노회찬 김선동 김재연 김미희 국회의원 당선자 등이 22일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1층 로비에서 법무부
 장관 면담을 요구하며 연좌농성을 벌이고 있다. 과천=변영욱 기자 cut@donga.com
통진, 법무장관 면담요구 연좌농성 통합진보당 강기갑 혁신비상대책위원장과 당권파인 오병윤 당원비상대책위원장, 노회찬 김선동 김재연 김미희 국회의원 당선자 등이 22일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1층 로비에서 법무부 장관 면담을 요구하며 연좌농성을 벌이고 있다. 과천=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날 세운 檢 22일 오전 임정혁 대검찰청 공안부장이 통합진보당 압수수색에 관한 검찰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날 세운 檢 22일 오전 임정혁 대검찰청 공안부장이 통합진보당 압수수색에 관한 검찰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검찰은 21일 밤 통합진보당 서버관리업체인 서울 금천구 가산동 스마일서브에서 경찰 500여 명을 동원해 당원명부 등 핵심 자료가 저장돼 있는 서버 3대를 압수했다. 그러나 비례대표 경선 선거부정 의혹을 규명하는 데 필수적인 자료로 알려진 온라인 선거 투개표 기록 전산 자료는 확보하지 못했다. 투개표 기록 등을 보관하고 있었던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경선관리업체 ㈜엑스인터넷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지만 온라인 투표 시스템 개발에 사용됐던 테스트 서버 등이 이미 통진당에 넘어갔기 때문이다. 엑스인터넷은 경선 과정 중 소스코드 열람 의혹이 제기된 곳이다.

○ 압수한 서버 3대에 들어있는 자료가 수사 좌우

검찰이 21일 스마일서브에서 서버 3대를 확보하면서 비례대표 부정선거 의혹을 입증할 선거인명부 등을 확보했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버는 컴퓨터 프로그램이나 파일, 홈페이지, 동영상 등의 자료를 디지털 형식으로 보관할 수 있는 장비다. 서버 압수수색은 서버 안에 포함된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나 이동식저장장치, 스토리지 등 별도의 저장장치에 들어있는 자료를 압수하는 것이다. 서버에 저장된 내용이 삭제됐을 경우 전문기관이나 업체에 의뢰해 복구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복원이 가능하다. 최근에는 손실된 자료도 복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정기적으로 백업을 받고 있다면 백업 데이터로 자료를 살려낼 수도 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22일 “압수수색 당시 원하는 (수사에 필요한) 자료가 일부 포함된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전날 오전 10시 15분경 서버 관리 책임자 윤모 씨를 통해 경선 관련 자료가 포함된 서버 3개를 골라냈다.

그러나 오후 1시경 윤 씨는 ‘당의 지시’를 근거로 일체의 협조를 거부했다. 검찰은 오후 11시 10분이 지나서야 서버 3개를 분리하는 데 성공했다. 이 때문에 검찰이 확보한 서버에 통진당 비례대표 경선과 관련한 자료가 포함됐을지는 미지수다. 서버 1개에 대한 이미징(분석을 위한 복제) 작업에는 보통 12시간이 걸린다. 또 재판 등에 증거로 이용하기 위한 원본 이미징도 필요해 적어도 24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2010년 이후 서버가 교체된 적이 없고 서버 내 자료도 삭제되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엑스인터넷 압수수색에서 온라인 투개표 기록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당원명부를 기초로 확인할 구체적인 투표 기록이 없기 때문이다. 검찰에 따르면 이달 11일 통진당 오충렬 전 총무실장은 “엑스인터넷에 당과 관련한 자료가 하나도 남아 있으면 안 된다”며 하드디스크 제출을 요구했다고 한다. 이 요구에 따라 온라인투표시스템 개발에 사용한 테스트 서버와 김모 대표 노트북 하드디스크 등 총 4개가 통진당에 넘겨졌다. 통진당이 서버 등을 빼돌린 것은 의도적인 증거은닉 또는 증거인멸로도 볼 여지가 충분하다. 엑스인터넷은 2007년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당원·당비 시스템 관리를 맡아온 인터넷 업체다.

○ 통진당 내부 분란도 이용할 듯

검찰은 21일 압수수색에서 확보하지 못한 온라인 투개표 기록을 다른 경로로 찾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우선 통진당 서버 관리업체인 스마일서브에서 압수한 3개의 서버 가운데 온라인 투표시스템 개발에 사용됐던 테스트서버의 근거가 되는 원 서버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원 서버를 확보하게 된다면 그 안에서 온라인 투개표 기록을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21일 압수수색을 하지 못한 통진당 중앙당사(서울 동작구 대방동 솔표빌딩)에도 온라인 투개표 기록이 남아 있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당 진상조사위원회 조사 결과에 따라 온라인 투개표 기록이 중앙당사에 보관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당권파가 이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비당권파와 당권파가 각각 혁신비대위와 당원비대위로 갈려 대립과 갈등을 계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당권파가 손쉽게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또 비당권파 일부가 온라인 투개표 기록을 따로 보관하고 있을 가능성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파일이나 문서로 온라인 투개표 기록 확보에 실패한다면 앞으로 진행될 당 관계자들에 대한 소환 조사를 통해 관련 진술을 확보할 수 있다. 통진당 자체 진상조사 결과가 공식 발표된 데다 선거부정에 대해 의혹이 계속 제기되는 상황이어서 선거부정과 관련한 진술 확보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 제기된 의혹 모두 철저 수사

검찰은 통진당 비례대표 경선 과정에서의 대리투표 및 순위조작 등 선거부정 의혹 외에도 당 중앙위원회 폭력사태와 야권 단일화 관련 여론조작 의혹, 압수수색 과정에서 빚어진 통진당원들의 압수수색 방해 및 폭력행위, 통진당 핵심인사들의 각종 금품 관련 의혹까지 철저하게 수사할 방침이다.

중앙위원회 폭력사태의 경우 현재 검찰이 경찰 수사를 지휘하고 있다. 이정희 전 공동대표는 올 3월 야권 단일화 여론 조작 의혹과 관련해 서울관악경찰서에 고발된 상태다. 비례대표 경선 선거부정 의혹뿐 아니라 경찰이 수사 중인 사건 모두 조만간 검찰에 송치된다. 따라서 이 전 대표 등 경선에 관여한 당권파 핵심 인사들이 조만간 줄줄이 검찰 소환 조사를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과정에서 비례대표 이석기 김재연 당선자가 국회 입성 전 검찰 수사를 받게 될지, 수사를 받는다면 어떤 처분을 받게 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투개표#하드디스크#서버#통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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