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김영환씨 변호사 접견 거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17일 03시 00분


“조사 중”… 구금 첫 공식확인
金씨 영사접견 지난달 김문수 지사 중재로 이뤄져… “中외교 난맥상 드러내” 지적

김영환 씨
김영환 씨
중국이 ‘국가안전위해’ 혐의로 구금 중인 김영환 씨에 대한 변호사 접견을 거부했다. 정부는 “계속 노력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한 채 뾰족한 대책을 강구하지 못하고 있다. 아울러 김 씨에 대한 한 차례의 영사접견(4월 26일)도 정부가 아닌 김문수 경기지사의 중재로 이뤄진 것으로 확인돼 중국 외교의 난맥상을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당국자는 16일 “중국 랴오닝(遼寧) 성 국가안전부 명의로 주선양(瀋陽) 한국총영사관에 ‘검토 결과 변호사 접견을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는 통보가 15일 왔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정부는 김 씨 가족의 부탁으로 총영사관 자문을 맡고 있는 중국인 변호사를 통해 10일 접견을 신청한 바 있다.

이에 이영호 외교통상부 재외동포영사국 심의관은 16일 허잉(何潁) 주한 중국대사관 총영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김 씨에 대한 변호사 접견과 유재길 강신삼 이상용 씨에 대한 영사면담을 거듭 요청했다. 그러나 허 총영사는 “한국 입장을 본국에 전달하겠다”고만 답해 기존 방침을 고수했다.

정부 당국자는 “중국은 국가안전위해, 테러 혐의자 등의 경우 수사 중 접견을 허용하지 않을 수 있는 규정이 있다”며 “자국 규정에 따른 것이어서 국제법 위반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 훙레이(洪磊)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김 씨 구금과 관련해 “중국 정부의 유관 부문이 법에 따라 조사 및 처리 중”이라고만 말했다. 김 씨 구금에 대한 중국 정부의 첫 공식 확인이다.

그러나 중국은 어떤 혐의를 받고 있는지, 향후 어떤 절차로 처리되는지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았다. 더욱이 중국은 김 씨 일행의 구체적 범죄 혐의를 한국 정부에까지 비밀로 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중국이 혐의 내용을 자세히 통보하면 재판과정에서 무죄를 입증하는 데 이용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 “中, 김영환 北접경 단둥에 구금… 北개입 증거” ▼

김영환석방대책위원회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중국 정부가 외국인을 강제억류하면서 체포 사유를 감추고 변호사 접견마저 거부한 것은 억류가 잘못됐음을 자인한 것”이라며 “외교부 장관이 직접 주한 중국대사를 불러 공식 항의하라”고 요구했다.

정부는 일단 김 씨 등에 대한 구체적 혐의를 파악한 뒤 대응 수위를 결정한다는 방침이지만 향후 대책을 전혀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정부가 김 씨에 대한 영사접견도 독자적으로 성사하지 못하고 김 지사가 성사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외교적 무능을 드러낸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 지사는 16일 일본 도쿄(東京)에서 가진 특파원간담회에서 자신이 경기도와 자매결연 관계인 랴오닝 성 성장에게 직접 편지를 써 김 씨와의 영사접견을 요청한 결과 접견이 성사됐다고 소개했다.

김 지사는 지난달 24일 한기홍 북한민주화네트워크 대표의 연락을 받고 “양국 간 우호관계를 고려해 한국 영사가 김 씨를 만나도록 허락해 줄 것을 간곡히 부탁한다”는 내용의 편지를 썼다. 이 편지는 때마침 랴오닝 성에 출장 가 있던 예창근 경기도 행정2부지사를 통해 26일 성장에게 전달됐고 이날 오후 영사접견이 전격 성사됐다. 김 씨가 체포된 지 29일 만이다.

대북단체들은 랴오닝 성 국가안전청이 김 씨 등을 다롄(大連)에서 체포한 뒤 안전청 본부가 있는 선양 대신 북한과의 접경지역인 단둥(丹東)에 데려가 구금한 것에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이 과정에 북한 공안당국이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있다는 것이다. 단둥은 탈북자 색출 등을 위해 북한 정보요원이 대거 상주하고 있는 지역이다.

석방대책위 최홍재 대변인은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북한과 접해 있는 단둥까지 데려가 구금한 것은 북한 공안과 합동으로 조사를 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한 대북소식통은 “북한 정보당국이 ‘김 씨 등이 탈북자 관련 사업을 한다’고 랴오닝 성 정부에 연락했고 체포 과정에도 북한 반탐(反探·대간첩) 요원이 관여했다는 얘기를 단둥의 대북활동가에게서 들었다”고 전했다.

그동안 중국의 개혁개방을 높이 평가해온 김 씨에게 국가안전위해 혐의를 적용한 것도 북한의 개입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북한인권운동가 출신의 새누리당 하태경 국회의원 당선인은 “그동안 중국의 개혁개방을 긍정적으로 평가해 온 김 씨를 중국이 반체제 혐의로 체포한 것은 북한의 요청에 의한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이상일 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통해 “중국이 이례적으로 김 씨 등에게 국가안전위해죄를 적용하려는 것은 북한 당국을 의식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 당국은 김 씨 일행을 즉각 석방해야 한다”며 “정부는 이제라도 김 씨 일행이 이른 시일 내에 풀려날 수 있도록 모든 외교적 수단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김 씨는 치아 임플란트를 진행하던 중에 체포되는 바람에 후속치료를 받지 못해 식사를 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김영환#접견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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