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 벼랑끝 내전]원탁회의조차 “통진, 변명의 여지 없어”… 야권, 대선 위기감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10일 03시 00분


“안철수 세력까지 끌어안는 연대로 새판 짜라” 훈수 두기도
민주 486의원들 “도대체 언제까지 연대 이어갈수 있을지…”
통진 지지율 5%대로 뚝… “일부 종북세력이 진보 말아먹어”

당권파들의 비상식적 버티기로 통합진보당의 내홍이 장기화하면서 12월 대선을 앞둔 진보 진영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총선에서 패배한 만큼 지금이라도 단일대오를 갖춰야 새누리당과 제대로 대결할 수 있는데 오히려 만천하에 치부를 드러내며 적전분열하는 양상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진보정치세력의 최대 위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진보성향 원로그룹인 ‘희망2013·승리2012 원탁회의’는 9일 성명을 내고 통진당 사태에 대해 “참담하며 당내 경선 과정의 문제점도 그렇지만 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당내의 폐습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국민들이 하나를 내려놓는 반성을 요구할 때 통진당 스스로 둘, 셋을 내던지는 희생을 감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원탁회의는 “12월 대선에서의 야권연대는 기존 정당뿐 아니라 아직 정당구조에 포섭되지 않은 ‘안철수 지지세력’까지 끌어안는 연대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끌어들이지 못하면 대선 승리를 기대하기 어려울 정도로 진보진영 상황이 악화됐다는 것이다.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함세웅 신부, 백승헌 변호사 등이 참여하는 원탁회의는 총선에서 민주통합당과 통진당 간의 야권연대를 막후 조율하는 등 진보진영의 현실 정치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진보성향 인사들과 누리꾼들도 ‘일부 종북세력이 진보를 망치고 있다’며 통진당 당권파들의 이성 회복을 촉구하고 있다.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는 9일 창비주간논평에서 “통진당, 아니 진보정치 세력 전체가 최대의 위기에 빠졌다”며 “과거처럼 정치적 탄압을 받아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통진당 김재연 비례대표 당선자의 한국외국어대 후배라고 밝힌 추성호 씨는 이날 한 인터넷매체에 기고한 공개편지에서 “간곡한 청으로 다시 한 번 선배님께 말씀드린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물러나라”고 호소했다. 부산에서 지역활동을 한다고 밝힌 ‘geodaran’은 트위터에서 “통진당 당권파 덕분에 대선은 종북 이슈로 가는구나. 진보 다 말아 처드시는구나”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비례대표 경선 부정 파문 이후 통진당 지지율은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4·11총선에서 10.3%의 정당지지율을 기록한 통진당은 경선 부정이 공론화된 지난달 27일 8.1%(이하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 기준)를 기록하더니 당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가 발표된 2일에는 6.6%까지 떨어졌다. 33시간 동안 계속된 4, 5일의 ‘난장판’ 전국운영위원회 이후 실시한 7일 조사에선 5.7%까지 하락했다.

야권연대 파트너인 민주당의 속앓이는 더욱 깊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9일엔 공식 반응을 삼갔지만 내부적으로는 “도대체 언제까지 통진당과 연대를 이어갈 수 있겠는가”라는 회의론이 자주 들린다. 민주당 486 의원들의 심경도 복잡하다. 연세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우상호 당선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내분을 수습하지 못하고 오래 방치하는 건 정치세력으로서 미숙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고려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오영식 당선자는 “야권연대는 지향하는 가치와 원칙에 기초해 추진하는 것인데 (상황이 지금과 같다면) 지속될 수도 있고 어려워질 수도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통힙진보당#내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