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7일 국가정보원 1차장(해외·대북담당)에 남주홍 주캐나다 대사, 2차장(국내담당)에 차문희 정보교육원 국내정보연구실장을 내정했다. 원세훈 국정원장 체제의 차장 3명 중 2명을 교체한 이번 인사를 두고 정부 안팎에선 고개를 갸웃하는 사람이 많다.
지난해 9월 부임한 남 대사는 불과 8개월 만에 돌아오게 됐기 때문이다. 주캐나다 대사는 남 대사 부임 전 5개월이나 공석이었던 자리이기도 하다. 이에 ‘외교적 결례’라는 부담을 안으면서까지 남 대사를 데려와야 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 박정하 대변인은 “남 대사의 안보·통일분야의 전문성을 반영했다”고 설명했지만 북한이 새 지도자 김정은 체제로 이행한 뒤 극도의 호전성을 보이는 상황에서 대북 강경파로 알려진 남 대사를 기용한 것도 의문이다.
남 대사는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조각 당시 통일부 장관에 내정됐지만 가족들의 미국 시민권 및 영주권 문제가 불거져 자진 사퇴한 바 있다. 이번 인사를 놓고 “잠깐 주춤했던 대통령의 보은인사, 돌려 막기 인사가 되풀이됐다”는 지적이 나오게 된 배경이다.
남 대사는 캐나다로 떠나면서 주위에 “이번이 마지막 공직”이라고 심경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외교통상부 내에서는 안보 전문가인 그가 ‘현안이 없는 편안한 대사 자리’를 불편해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는 평소 국정원 근무를 희망했다고 한다.
이번 인사는 북한의 강경 발언이 쏟아지는 가운데 원 국정원장과 전재만 현 1차장의 호흡이 잘 안 맞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4월 ‘중국 전문가’로 발탁된 전 1차장은 2010년 주중 대사관에서 정보담당 공사를 지낼 때 대화파인 류우익 통일부 장관을 대사로 모신 인연이 있다. 북한이 극단적인 언사로 대남 비방을 일삼는 상황에서 ‘유연성’을 강조한 류 장관과 끈이 있는 외교부 출신 전 1차장의 업무 방식에 원 원장이 거부감을 가졌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남 대사는 원 원장이 천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행정부시장으로 기용하면서 ‘MB의 남자’가 된 원 원장은 중도 사퇴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한 행정안전부 장관을 포함해 이 대통령 임기 5년 동안 장관직을 지내는 유일한 인사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원 원장은 2008년 정부 출범 후 10개월간 행안부 장관을 지낸 뒤 국정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난해 3월 국정원 직원이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에 잠입했다가 발각된 뒤에도 차장 2명만 교체됐을 뿐 그는 건재했다.
2차장에 내정된 차 실장은 1979년 이후 28년 근무한 국정원을 2007년 1급으로 퇴직한 뒤 올해 2월 특채 형식으로 재입사한 인물이다. 내부 인사 발탁 차원에서 원 원장이 관심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이번 인사로 2010년 임명된 민병환 2차장은 물러나게 됐다.
이 대통령은 또 교육과학기술부 1차관에 김응권 교과부 대학지원실장, 병무청장에 김일생 국방부 인사복지실장, 조달청장에 강호인 전 기획재정부 차관보, 해양경찰청장에 이강덕 서울지방경찰청장을 내정했다. 대통령실 인사도 단행해 의전비서관에 김상일 외교부 문화외교국장, 치안비서관에 백승엽 서울경찰청 교통지도부장, 교육비서관에 이성희 대구교육청 부교육감을 각각 내정했다.
김 병무청장 내정자는 육군3사관학교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차관급 공직에 올랐다. 이성희 교육비서관 내정자는 고졸 후 9급 공채로 교육부에 들어온 뒤 대학을 졸업한 인물이다.
한편 민주통합당 박용진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남주홍 내정자는 이 정부 초대 통일장관에 내정됐지만 심각한 도덕적 하자가 드러난 인물이고 이강덕 내정자는 경찰 내 영포라인의 핵심인물”이라며 인사 철회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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