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브로커 윤씨, 한수원 人事에 개입 정황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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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檢, 한수원 비리 5명 구속

원전 납품 비리를 수사 중인 울산지검 특수부(부장 김관정)는 3일 원전 브로커 윤모 씨(56·구속)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인사에 개입한 정황을 보여주는 메모지를 확보했다.

○ 전방위 인사 청탁 가능성 높아

검찰은 윤 씨가 실질적 사주인 서울 강남구 논현동 S업체 사무실을 압수수색할 때 문제의 메모지를 발견했다. 지난해 11월 28일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메모지에는 ‘○○○ 처장 을→갑’ ‘○○○ 처장 을→갑’ ‘○○○ 부장→처장 을’ ‘○○○ 부장→처장 을’ ‘○○○ 차장→부장’ ‘○○○ 차장→부장’ ‘○○○ 차장→부장’ 등이 적혀 있다. 한수원 직제에 따르면 1급 처장과 실장은 상위직인 ‘갑’과 바로 밑 직위인 ‘을’로 나뉘어 있다. 윤 씨가 회사 직원을 시켜 이 메모지를 작성할 당시는 한수원 정기 인사 20여 일 전이었다. 이 가운데 ‘처장 을’ 2명은 ‘처장 갑’으로, A 부장은 ‘처장 을’로 각각 승진했지만 승진하지 못한 직원도 있었다.

지난해 초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다른 메모지에는 ‘최고위층 A에게 부탁해 ○○○ 실장 1 을→1 갑’이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 차장 현 근무지 유지’ ‘○○○ 부장→희망부서 ○○○팀장’ ‘○○○ 그 자리에 두면 ○○○을 ○○팀으로 하고 그것도 어려우면 ○○○팀장으로 내주기 바람’ 등 구체적 희망 근무지와 직위를 담고 있다.

윤 씨는 또 지난해 초 주변에 “모 지역 B 원전본부장을 한전 자회사 전무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B 본부장은 실제 한전 자회사 전무로 영입됐다. 검찰은 이런 인사 과정에 윤 씨의 입김이 작용했는지, 메모지 내용대로 이뤄졌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특히 검찰은 윤 씨가 전방위 인사 청탁을 시도하고 성공했다면 한수원 최고위층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으로 보고 이 부분에 대한 확인 작업도 병행하기로 했다. 윤 씨는 검찰에서 “최고위층을 아는 것은 사실이지만 인사 청탁을 하지는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 브로커 윤 씨, 16억9000만 원 받아


검찰은 이날 고리원전 과장, 팀장, 차장 등 4명과 윤 씨를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또 원전 직원에게 뇌물을 준 납품업체 대표 1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윤 씨는 한수원 임직원에 대한 로비자금과 금융기관 대출 알선 명목으로 지난해 1월부터 올 3월까지 모두 16억9000만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주변에 15억 원을 빚지고 있던 윤 씨는 김모 씨에게 “영광원전 폐변압기를 1억 원가량 싸게 구입하게 해 주겠다”고 제안한 뒤 1억 원을 빌리고 갚지 않았다. 지난해 강모 씨에게 학원 공사대금 명목으로 4억2500만 원을 받은 뒤 “절친한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을 통해 신용대출을 받도록 해줄 수 있다”고 속여 가로챘다. 윤 씨는 16억9000만 원을 대부분 개인 채무를 갚거나 한수원 로비자금에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납품업체 대표에게 수차례에 걸쳐 2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고리원전 C 차장은 올 2월 동료 직원이 부산지검 동부지청 수사 과정에서 자살한 지 한 달이 지난 3월 업체 대표에게 돈을 요구하고 실제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관계자는 “납품업체 대표가 고리원전 김모 팀장(49·구속)에게 뇌물로 줄 5000만 원을 은행 주차장에서 음료수 상자에 넣는 걸 지켜본 시민 제보로 이 수사가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울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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