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朴 연대’ 등에 올라탄 문재인 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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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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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박지원 연대’를 계기로 민주통합당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상임고문(사진)의 정치적 리더십이 다시 시험대에 오르며 야권의 대선 방정식도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이-박 연대’의 축인 문 고문이 이를 둘러싼 당내 논란과 당대표 및 원내대표 경선 등을 어떻게 조율해내느냐에 따라 야권 대선 지형에 큰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문 고문은 총선 국면에서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를 만나 여론조사 조작 파문을 조율하는 등 중요한 순간마다 해결사로 나섰으나 정작 자신이 주도한 ‘낙동강전투’에선 사실상 패배했다. 총선 직후 당내에서 ‘문재인 리더십’에 대한 의구심이 적지 않게 제기돼 오던 시점에 5·4원내대표 경선을 앞두고 ‘이-박 연대’ 파문이 터진 것. 일각에서 원내대표 경선이 민주당의 대선 시계를 좀 더 앞당겼다는 말은 그래서 나온다.

문 고문은 적극 지지하던 이-박 연대에 대해 27일 “이상적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한발 물러선 뒤 침묵을 지키고 있다. 28일에는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을 찾아 총선에서 자신을 도운 봉사자들과 노무현 전 대통령을 기념해 조성한 ‘대통령의 길’을 걸으며 숨을 골랐다.

문 고문 주변에선 그가 이번 주부터 ‘이-박 연대’의 불가피성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총선 당선자들과 수시로 접촉해 ‘친노(친노무현)-비노’ 프레임의 위험성을 역설하면서 자연스럽게 그런 주장을 펼 것이란 얘기다. 한 측근은 “문 고문이 원내대표 경선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진정성을 갖고 토론할 의향이 얼마든지 있다”고 전했다. 그만큼 ‘이-박 연대’는 문 고문에게 ‘피할 수 없는 카드’이고 ‘엎질러진 물’이라는 논리다.

동시에 원내대표 경선 결과와 상관없이 ‘이-박 연대’ 논란 자체가 대선주자로서 문 고문의 위상과 리더십에 상처를 줄 것이란 관측도 있다. 박지원 최고위원이 원내대표 경선에서 이기더라도 ‘이-박 연대’ 반대파에선 ‘담합’ ‘무감동 공천에 이은 무감동 경선’ 등의 주장으로 공세를 펼 것이고, 문 고문에겐 ‘상처뿐인 영광’만 남을 수도 있다.

5·4원내대표 경선 이후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본격적으로 다시 움직일 것이란 전망이 민주당 일각에서 나오는 것도 ‘문 고문의 시련’과 무관하지 않다. 원내대표 경선이 진흙탕 싸움이 될 경우 안철수로 상징되는 새 정치에 대한 수요가 커질 게 뻔하기 때문이다. 문성근 대표대행은 29일 기자간담회에서 안 원장이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하라고 거듭 요구했다.

손학규 전 대표, 김두관 경남지사 등도 5·4원내대표 경선을 대선 행보의 중요한 분기점으로 설정했다. 유럽을 방문 중인 손 전 대표는 5월 2일 귀국하면 ‘이-박 연대’를 비판하며 대선 행보를 구체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6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김한길 당선자와 손잡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문재인 대항마’를 자처해온 김 지사로선 문 고문의 당내 위상이 흔들린다면 곧바로 대선 출마를 선언하는 등 치고 나올 가능성도 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문재인#이해찬-박지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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