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국회 법안 폐기율 53.1%… ‘최악 불임 의회’ 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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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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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상 마지막 본회의 무산

18대 국회가 최악의 마침표를 찍었다. 여야가 국회 몸싸움 방지를 위한 국회법 개정안(일명 국회선진화법) 처리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 24일 열릴 예정이었던 본회의가 무산됐다. 이에 따라 약사법 개정안, 112위치추적법안 등 이날 통과시키기로 한 60개 민생법안 처리도 불발됐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최루탄과 해머로 최악의 ‘폭력 국회’로 낙인찍힌 18대 국회가 막판까지 민생에 눈을 감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본회의 취소 소식이 알려진 것은 오후 4시 48분 새누리당 황우여 원내대표가 당 의원들에게 “금일 예정된 의원총회와 본회의는 부득이하게 열리지 않게 됐다”고 문자메시지를 보내면서다.

민주통합당은 본회의가 예정됐던 오후 2시에 의총을 열어 “사실상 이날 본회의 개최가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새누리당은 오후 1시 반으로 예정된 의총을 오후 3시, 오후 5시로 두 차례 미루다가 끝내 취소했다. 민주당과의 협상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 ‘법안 폐기율’ 신기록 세운 18대 국회


이날 본회의 무산으로 18대 국회는 ‘법안 폐기율’ 신기록을 세우는 오명을 떠안았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날까지 18대 국회에서 의원이 발의하거나 정부가 제출한 법안 1만3880건 중 계류 중인 법안은 46.5%(6453건)에 이르렀다. 이미 폐기된 법안 919건까지 합치면 18대 국회 법안 폐기율은 53.1%에 달한다. 17대 국회 법안폐기율은 47.7%, 16대는 35.1%를 기록했다.

여야는 이날 본회의에서 이 중 60개 법안을 처리하려 했지만 그마저도 불발됐다. 여야가 다시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를 열지 않는 이상 계류 법안들은 자동 폐기된다. 향후 국회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여야가 국회선진화법과 관련해 자신의 뜻을 관철하려고 민생법안 처리는 뒤로 미룬 셈이다.

본회의 처리가 무산된 60개 법안 중 대표적 민생법안은 제2의 ‘수원 토막 살인사건’을 막기 위한 112위치추적법안이다. 감기약 해열제 소화제 등 가정상비약의 편의점 판매를 허용하는 약사법 개정안 처리도 요원해졌다. 소말리아 해적에게 총탄을 맞은 석해균 선장의 치료로 중요성이 높아진 중증외상센터에 대한 예산 지원의 법적 근거를 마련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도 입법에 실패했다.

국회 관계자는 “중증외상센터에 대한 예산이 이미 편성돼 예산 지원 중단 사태가 벌어지지는 않겠지만 예산 지원의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못해 사업 안정성은 확보하지 못한 셈”이라고 우려했다.

△중소 소프트웨어사업자를 보호하기 위한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인공임신중절 예방사업을 국가가 진행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 모자보건법 일부 개정 법률안도 폐기될 운명에 처했다.

60개 법안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이명박 정부가 추진해온 국방개혁법안도 18대 국회 처리가 물 건너갔다. 이 법안은 각 군 참모총장에게 해당 군에 대한 작전지휘권(군령권)을 부여하는 상부지휘구조 개편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민주당이 줄기차게 국회 통과를 요구해온 △전월세 상한제 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안 및 고등교육법 개정안 △친환경 무상급식 실현을 위한 학교급식법 제정안 등도 18대 국회에서 빛을 보기 어려워졌다.

양당 원내대표는 본회의 취소 후 “협상을 계속하겠다”며 추가 논의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하지만 양당의 시각차가 큰 점을 감안하면 18대 국회 내 법안 처리는 거의 물 건너간 상황이다.

이남희 기자 irun@donga.com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18대국회#새누리당#민주통합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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