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절 앞둔 베이징 공항 이번주 2500여명 방북 행렬

  • 동아일보

고려항공 하루 6편으로 증편
“평양의 호텔들 객실 동나”… 中 고위인사 모습은 안보여

북한이 김일성의 100회 생일이자 강성국가 진입을 선포하는 태양절(4월 15일)을 앞두고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평양으로 가는 고려항공을 역대 최대인 하루 6편으로 증편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북한 문제 담당 핵심 중국 인사들은 아직 평양에 들어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매주 화 목 토요일 하루 한 편씩 베이징 서우두(首都)공항에서 평양 순안공항으로 운항하는 고려항공은 이번 주 들어서는 화요일(9일)에 5편(화물기 1편 포함), 목요일(11일)에는 6편으로 늘렸다. 고려항공은 금요일에도 한 편을 배정했으며 토요일에는 6편이 운항될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항공은 작년 말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때는 비행편을 늘리지 않았다.

베이징∼평양 노선을 운항하는 고려항공 여객기는 러시아제 TU154(136석)와 TU204(142석) 두 기종이다. 따라서 고려항공을 이용해 평양에 가는 승객이 이번 주에만 최대 2100여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고려항공이 운항하지 않는 월, 수, 금요일에 한 편씩 평양으로 가는 중국항공까지 포함하면 2500명 이상이 방북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서 평양으로 가는 항공편은 랴오닝(遼寧) 성 선양(瀋陽)에도 있으며 베이징에서 단둥(丹東)을 거쳐 평양으로 가는 국제열차도 있다.

이번 평양행 탑승객은 해외에 나가 있는 북한 관료와 사업가, 일본 총련계 인사, 북한이 여비 일체를 제공하는 아프리카 등 제3세계 민간단체 소속원이 대부분이었다. 12일 오후 고려항공에 탑승하기 위해 수속을 밟던 조선대풍국제투자그룹의 박철수 총재는 공항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100회 생일 때문에 평양에 가는 길”이라고 밝혔다. 일부 북한인들은 “평양의 호텔이 동났다더라”며 서로 숙박 장소를 묻기도 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나라살림에 심각한 부담을 줬던 1989년 평양청년학생축전에 맞먹는 대형 행사를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중국의 주요 인사들은 공항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특히 북한 미사일 발사 이전에 평양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던 리자오싱(李肇星) 전 외교부장(장관)도 방북 일정을 15일 이후로 미룬 것으로 확인됐다. 다른 외교 소식통은 “구체적인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북한이 미사일 발사 의지를 굽히지 않으면서 양측 관계가 상당히 껄끄러워진 점을 반영한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베이징의 친북 단체인 GBD공공외교문화교류센터(공공외교센터)가 5일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가진 김일성 탄생 100주년 행사를 조용히 치르고 중국 관영 매체도 일절 보도하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태양절#북한#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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