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사찰 파문]사찰 ‘폭탄 돌리기’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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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두는 새누리 “동조자로 덮어씌우지 말라”
몰아붙이는 민주 “靑 허위사실 공표 선거개입”
숨고르는 청와대 “현재로선 진실 규명이 우선”

‘반격에 재반격, 기습공격에 역공….’

4·11총선을 앞둔 정치권이 진흙탕 속으로 빨려들고 있다. 민간인 불법사찰의 실체 규명보다는 선거판을 유리하게 끌고 가겠다는 정략이 지배하는 ‘선거 정글’로 변했다.

노무현 정부하에서 정치인 민간인 사찰이 있었다는 청와대의 역공에 민주통합당은 2일 대반격에 나섰다. 잔뜩 날을 세웠던 청와대는 이날 ‘숨고르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새누리당은 청와대와 민주당을 싸잡아 비판하며 양쪽 모두와 거리를 두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민주당 ‘MB-새누리 국민심판위원회’의 유재만 변호사는 이날 “현 정부 이전의 자료들은 경찰청 내부 보고 자료로 사찰과 관련이 없다는 걸 청와대가 잘 알고 있으면서 마치 전 정부의 사찰 자료처럼 발표했다”며 “허위사실 공표와 관권선거에 대한 법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민주당 박선숙 사무총장도 전날 민주당을 ‘기습공격’한 최금락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을 향해 “새누리당과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대변인이냐”며 “선거운동을 하고 싶으면 청와대를 나와서 하라”고 몰아세웠다. 박지원 최고위원은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80% 이상이 노무현 정부 때 이뤄진 것이라면 (지금의) 청와대가 왜 (불법사찰로 기소된 직원의) 변호사 비용을 대고 대포폰을 사들였느냐”며 가세했다.

새누리당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강원지역 유세에서 “현 정부와 지난 정부 모두에서 저를 사찰했다는 언론보도가 여러 차례 있었는데 모두 사실인 것 같다”며 청와대와 민주당을 싸잡아 비판했다. 이어 “야당은 재작년부터 현 정부가 저를 사찰했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해놓고 이번에는 제가 불법사찰의 동조자라고 비방하고 있다”며 “이것이야말로 말 뒤집기고 덮어씌우기”라고 주장했다.
▼ 靑 “민주 잘못된 발표 바로잡으려한 것” ▼

조윤선 중앙선대위 대변인은 “정관계와 언론인, 민간인을 포함해 무려 1800여 명에 대해 대대적 불법사찰을 진행한 김대중 정권에서 청와대 대변인과 대통령비서실장을 역임한 박지원 최고위원이 청와대와 새누리당을 비판할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조 대변인은 “민주당은 2600여 건의 문건 중 80%가 노무현 정부 때 생성된 것을 뻔히 알면서도 선거의 국면 전환을 위해 이 사건을 이용했다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은 민주당의 ‘공동심판 프레임’에 말려들지 않기 위해 현 정부에도 날을 세웠다. 이상일 중앙선대위 대변인은 “민간인 사찰에 대해 이명박 정부는 분명한 입장을 밝히고 국민께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과 박 위원장의 거리 두기에 민주당은 ‘이명박-박근혜 공동심판론’이 흔들릴까 우려하고 있다. 한명숙 민주당 대표가 이날 인천지역 유세에서 “박정희 군사독재 정권 시절 중앙정보부의 사찰 망령이 대한민국을 떠돌고 있다”고 주장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전날에는 (민주당의) 엄청나게 잘못된 발표 내지 주장을 바로잡기 위해 방어적 차원에서 발표한 것이지 의도적으로 공개하려는 게 아니었다”며 “현재로선 진실을 규명하는 게 우선”이라며 한발 물러섰다.

민간인 사찰의 해법을 놓고도 여야는 충돌했다. 새누리당은 전·현 정권의 모든 사찰사건에 대해 특별검사제를 실시하자고 요구했다. 반면에 민주당 박선숙 선거대책본부장은 “민주당의 입장은 1번은 권재진 당시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현 법무부 장관)을 내보내고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하라는 것이고, 2번은 국정조사와 청문회를 실시하라는 것이며, 3번은 특검 제안은 시간 끌기용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 전체가 ‘치킨게임’(자동차가 마주 달리다 피하는 사람이 지는 극단적 게임)으로 치달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민간인사찰#정당#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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