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총선 D-19]진보진영 인사들도 잇달아 자진사퇴 압박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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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나쁜 짓이라는 인식조차 없어”
백낙청, 21일밤 李 만나 “결단 내려라”

진보진영 인사들도 22일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후보단일화 경선 과정에서 여론조사 조작 파문에 휩싸인 이정희 진보당 공동대표에 대한 비판에 가세했다.

진보당의 전신인 민주노동당 출신 논객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여론조사 조작은) 이정희 의원이 속한 계파의 조직문화”라며 “민노당 시절에도 비슷한 일이 계속 있었는데 그때는 소수정당 내부 문화라서 공론화가 안 되고 정파 간 다툼으로만 치부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대표 측을 겨냥해 “그분들 같은 경우에는 도덕성을 최대 자산으로 삼지 않았다. 이번에도 자기들이 하는 짓이 나쁜 짓이라는 인식 자체가 없어 보였다”며 “불법과 비법, 불법과 합법 그 중간에서 아슬아슬하게 오갔다”고 일침을 놓았다.

양당 연대의 산파 역할을 한 친야(親野) 사회단체 원로인사들의 모임인 ‘희망 2013 승리 2012 원탁회의’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들은 통합진보당이 야권연대를 향한 헌신과 희생을 보여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며 “규칙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한 책임 있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쓴소리를 던졌다. 후보직 사퇴를 거부하고 있는 이 대표에게 사퇴를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원탁회의의 좌장 격인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는 전날 밤 이 대표를 만나 “결단을 내리는 게 좋겠다”며 사실상 사퇴를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전날 트위터에 “이정희 후보 보좌관의 여론조사 부정응답 종용 문자메시지 발송 사건을 접하여 참담하다”는 글을 남겼다.

이 대표 측의 여론조사 조작 파문으로 진보의 주요 가치인 도덕성이 타격을 받은 가운데 진보당의 이중적 대처도 논란을 빚고 있다. 유시민 진보당 공동대표는 이날 “도덕성이 진보의 가치가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노선의 진보성이 도덕성의 수준이나 인격의 성숙을 보장하는 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다른 정당을 공격할 때에는 ‘우월적 도덕성’을 내세우면서, 상황이 불리해지자 “우리가 도덕성이 우월하다고 주장하는 건 아니다”라며 발뺌하는 모양이다.

유 공동대표는 “우리도 실수할 수 있고 오류를 범할 수 있다”며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이라고 해서 도덕적이지 않아도 되고, 진보당이라고 해서 조금의 책임에도 ‘존재를 던져라’ 이렇게 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강변했다. 이 대표가 존재(후보직)를 던질 만큼 잘못한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유 공동대표는 시사평론가로 활동하던 2000년 4월 5일자 동아일보에 기고한 칼럼 ‘정치인과 도덕성’에서 “온 사회가 다 썩었는데도 정치인들에게만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댄다는 항변은 아무 소용이 없다”며 “시민들은 사회 전체가 부패의 늪에 빠져 있다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권력을 행사하는 정치인들에게 보통사람들보다 더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게 싫은 사람은 정치를 그만두면 된다”고 썼다.

이남희 기자 irun@donga.com

#4·11총선#민주노동당#자진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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