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보복공천 하지 말라”… 친이계 집단행동 나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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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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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누리 당내 갈등 확산

웃고는 있지만… 새누리당 친이(친이명박)계 좌장 역할을 해온 이재오 의원이 8일 국회 정론관에서 “감정적, 보복적 공천을 하지 말라”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웃고는 있지만… 새누리당 친이(친이명박)계 좌장 역할을 해온 이재오 의원이 8일 국회 정론관에서 “감정적, 보복적 공천을 하지 말라”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4·11총선 공천에서 ‘시스템 학살’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새누리당의 친이(친이명박)계 리더들이 8일 일제히 ‘박근혜 공천’에 포문을 열었다. 4선의 이윤성 전 국회부의장도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는 등 친이계의 탈당 러시도 시작됐다.

가장 먼저 나선 사람은 이재오 의원이다. 이 의원은 기자회견을 자청해 “감정적, 보복적 공천을 하지 말라”며 날을 세웠다. 이어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낙천자도 당의 소중한 자산’이라고 했는데, 그들이 승복할 수 있을 때 그 말은 성립한다”며 “(현역 의원을 낙천시킨) 25% 컷오프 조항을 공정하게 적용했다면 컷오프 탈락자들에게 조사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그는 또 “(컷오프 결과를 공개하지 않으면) 최종 입장은 공천이 마무리된 뒤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에 권영세 사무총장은 “신청자 본인에게는 공개할 생각이지만 어떤 식으로 할지는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홍준표 전 대표는 ‘현실론’을 내세웠다. 홍 전 대표는 기자들에게 “공천은 고도의 정치행위지 산수가 아니다”라며 “지역 특성과 표의 확장성 등을 고려해 컷오프를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정무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천이 보류됐거나 낙천한 진수희 신지호 유정현 의원의 실명을 거론하며 이들에게 공천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몽준 전 대표도 트위터에 “친이계에는 엄격하고 친박계에는 관대한 공천”이라며 “낙천자도 당의 중요한 자산이라니 위선의 극치”라고 박 위원장을 정조준했다.

정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서울 동작을)에 사는 김영삼 전 대통령을 만나 40여 분간 정치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 자리에서 김 전 대통령은 “선거가 어려운 비상상황인데, 당 비상대책위원회가 독주하고 있다. 박 위원장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왜 저렇게 독단적인지 모르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윤성 전 부의장(인천 남동갑)도 “시스템 공천이란 미명 마래 ‘과거 한풀이 기준’에 따른 보복을 자행하고 있다”며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전날 탈당을 선언한 친이계 허천 의원(강원 춘천)에 이어 두 번째다.

공천이 확정된 정두언 의원도 트위터에서 “모처럼 (여의도 당사) 기자실에 들렀더니 공천 얘기로 수군수군. 2000년 이회창 시절로 돌아간 공천이라는 둥, 최재오 권방호가 다 한다는 둥”이라고 밝혔다. 정 의원이 언급한 ‘최재오’ ‘권방호’는 2008년 공천을 주도한 이재오 의원과 이방호 전 사무총장을 현재 친박계 핵심인 최경환 의원과 권영세 사무총장에 빗댄 것으로 풀이된다.

김영삼 전 대통령(왼쪽)이 8일 서울 동작구 상도동 자택을 찾은 정몽준 전 새누리당 대표를 만나 악수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김영삼 전 대통령(왼쪽)이 8일 서울 동작구 상도동 자택을 찾은 정몽준 전 새누리당 대표를 만나 악수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이 때문에 탈당한 친이계가 18대 총선 때의 친박연대와 같은 새로운 정당을 만들지, 무소속 연대로 나설지 주목된다. 하지만 4년 전 친박계 돌풍 때와 달리 파괴력을 가진 대선주자급 인사 영입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친이계의 고심이 커지고 있다.

이재오 의원도 이날 ‘공천을 반납하겠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저는 당을 사랑한다”며 즉답을 피했다. 비박계의 집단행동 가능성에 대해서도 “공정하고 투명한 공천을 하면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며 모호한 태도를 보였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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