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총선 여야 대진표 윤곽]현역 탈락 6명중 5명이 관료출신… “친노코드 밀실 공천”

  • Array
  • 입력 2012년 3월 6일 03시 00분


코멘트

■ 민주, 물갈이 시동

민주통합당은 5일 ‘화약고’인 호남권에서 6명의 현역 의원을 탈락시키며 늦게나마 물갈이 공천 시동을 걸었다. 그러나 낙천자들은 ‘관료 출신에 대한 공천 학살’이라며 당 지도부를 성토하고 있어 공천 내홍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법조인에 대한 전략공천은 계속되고 있다.

○ 물갈이 비율 43.3%(호남) vs 0%(다른 지역)

민주당의 4차 공천심사 결과를 접한 호남권 현역 의원들의 입에선 ‘악’ 소리가 나왔다. 광주와 전남북 등 호남권 30개 지역구 중 강봉균(전북 군산) 김영진(광주 서을) 김재균(광주 북을) 신건(전북 전주 완산갑) 조영택(광주 서갑) 최인기(전남 나주-화순) 등 6명의 현역 의원이 탈락한 것. 현역으로는 이미 공천이 확정된 우윤근(광양) 이용섭 의원(광주 광산을)과 이날 공천을 받은 박지원(목포) 주승용 의원(여수을) 등 4명만 단수 공천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은 이미 불출마를 선언한 박상천, 장세환 의원과 수도권에서 출마하려는 김효석 유선호 정동영 정세균 의원의 지역구 6곳, 투신자살 사건으로 무공천을 결정한 광주 동구까지 합해 호남권 중 13곳에서 물갈이를 단행했다. 호남권 30곳 중 교체율은 43.3%까지 올라갔다. 4년 전 18대 총선 때는 호남권 물갈이 비율이 41.9%였다. 여기에 나머지 호남권 현역 12명도 경선을 치러야 해 물갈이 비율은 더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까지 다른 지역의 현역 지역구 의원들이 100% 공천장을 받은 것과 대조적이다.

이 같은 호남 물갈이에 대해 한명숙 대표 측은 “호남권 공천을 계기로 그동안 ‘도로 열린우리당’으로 공천이 진행됐다는 비판이 잦아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지원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현역 의원의 개혁 공천, 소위 물갈이에 대해 ‘왜 호남출신 의원만 해당되는가, 다른 지역 의원들은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가’라는 불평이 호남지역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 관료 출신들이 집중 타깃

“무소속 출마 불사” 민주통합당의 호남지역 공천심사에서 탈락한 조영택, 최인기, 강봉균 의원(왼쪽부터)이 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이 유력한 호남 정치인을 학살했다”며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시사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무소속 출마 불사” 민주통합당의 호남지역 공천심사에서 탈락한 조영택, 최인기, 강봉균 의원(왼쪽부터)이 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이 유력한 호남 정치인을 학살했다”며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시사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이날 공천에서 탈락한 현역 의원 6명 가운데 5명이 장관급 이상을 지낸 고위관료 출신인 것도 특징이다. 강봉균 의원은 재정경제부 장관, 정보통신부 장관 등을 거쳤고, 조영택 의원은 장관급인 국무조정실장을, 신건 의원은 국가정보원장을 지냈다. 최인기 의원도 행정자치부 장관 등을 지냈고, 김영진 의원도 농림부 장관을 지냈다. 당내에선 진작부터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고위관료 출신들은 당 정체성에 맞지 않는다’는 말들이 돌았다.

강봉균 신건 조영택 최인기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천 학살’이라며 거칠게 반발했다. 이들은 “원칙도 기준도 없는 전형적인 코드 밀실 공천으로, 친노(친노무현) 세력의 각본에 따라 꼭두각시처럼 유력한 호남 정치인을 학살했다”며 “정부에서 각료를 지낸 사람들을 무조건 배제하자는 것이 정체성의 기준이라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강 의원은 “지역에선 무소속 출마하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라며 탈당 및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시사했다.

일각에선 이들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유연한 입장을 취한 것이 낙천과 관련 있다는 말이 나온다. 그러나 대표적인 FTA 협상파였던 김동철, 김성곤 의원이 낙천을 면하고 경선을 치르게 된 만큼 한미 FTA에 대한 입장을 공천 결과와 연결하는 것은 무리라는 반론도 있다.

○ 새로운 법조당의 탄생?

이날 전략공천자로 발표된 2명은 모두 법조인이다. 에쓰오일 상무를 지낸 이언주 변호사가 경기 광명을에, 송기헌 전 검사가 새로 생기는 강원 원주을에 공천된 것. 당내에선 “민주당이 언제부터 ‘법조당’이 됐느냐”는 비판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지난달에 송호창 백혜련 허진호 변호사 등이 잇따라 전략공천될 때에도 이런 비판이 제기됐지만, 당은 아랑곳없이 법조인을 계속 전략공천지에 투입했다. 검찰 수사로 곤욕을 치른 한명숙 대표가 검찰을 손보기 위해 법조인들을 집중적으로 영입한다는 분석이 많다.

당의 한 관계자는 “당에 기여도도 없고 별로 들어보지도 못한 인물들이 법조인이라는 타이틀만 갖고 공천받는다면 무슨 감동이 있겠느냐. 민주당 공천이 스펙 공천이냐”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재벌 개혁하겠다는 당에서 재벌기업 임원 출신을 영입한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신경민 대변인은 “전 세계적으로 법조인들의 정계 진출이 늘어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이남희 기자 iru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