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안보가 미래다]대한민국 최초 女 ‘원자로 조종’ 이진 과장 “위급상황에 원전안전 지킨다”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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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원자력본부의 1발전소 1호기 조종실. 독수리가 먹이를 노려보듯 직원들이 수많은 계기판을 빠짐없이 체크하고 있다. 이곳은 그동안 여성 출입 금지구역처럼 여겨졌던 곳. 그러나 감독자는 의외로 단발머리의 여성이었다. 우리나라 최초로 ‘원자로조종감독자(SRO)면허’를 취득한 발전 6팀의 이진 과장(38·사진)이 주인공.
원전 조종자들은 핵 테러와 자연재해로부터 원전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최종 책임자다. 따라서 2가지 전문적인 면허를 갖고 있어야만 한다. 원자로조종사(RO)면허와 SRO가 그것이다.
RO는 원자로 이론, 원전 운전제어, 방사선 안전관리 등 필기시험과 비정상 상태 운전 능력을 평가하는 실기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SRO는 여기에 전문성을 더해 핵연료 관리에 대한 필기시험과 비상 대응 능력을 통과해야 한다. 현재 국내에는 RO는 928명(여성 3명), SRO는 1235명(여성 1명)이 자격을 갖고 있다. 이 과장은 2009년 RO에 합격한 데 이어 지난해 12월 SRO를 취득함으로써 원자로 조종을 위한 모든 자격을 갖춘 유일한 여성이 됐다.
“원전 분위기는 군대와 비슷해요. 우선 여성이 거의 없고요. 특히 3교대로 밤샘 근무를 해야 하니까요.”
이 과장은 대학 때 핵물리학을 전공해 자연스럽게 원전에서 일했다. 그는 “특히 원자력 발전의 꽃은 발전팀이라는 생각 때문에 주위에서 걱정했지만 발전팀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현재 맡고 있는 것은 원전 운영의 핵심 분야인 전력 계통 관리. 지난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원전 사고도 전력이 끊기면서 원전을 식히는 냉각 순환 장치가 고장 나 발생한 것이었다.
그가 입사 5년 만에 조종 감독자에 오른 것은 부단한 노력 덕분이다. 기존 열손실 유발 기기 누설 점검 방법에 대한 문제점을 개선해 2009년에 한수원 계통 기기 전문가 발표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고 울진원자력본부 사업소장상을 수상했다. 그가 속한 팀은 같은 해 최우수 원전조종팀에 선정됐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과도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데, 열심히 일하는 다른 동료들에게 미안할 때가 많아요. 그렇지만 앞으로는 여성들이 원전에서 더 많은 역할을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 과장이 팀에 잘 적응한 데는 남성 팀원들의 도움이 컸다. 축구를 할 때도 벤치에 앉아 응원하는 게 아니라 최전방 공격수로 나서 함께 뛰도록 배려해준 것. 그는 “안전이 생명인 원전이야말로 섬세함을 갖춘 여성들이 도전할 만한 분야”라고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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