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정강정책 ‘선진화’ 용어 아이러니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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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상징하는 말” 비대위에서 삭제 검토… 박근혜가 ‘원조’… 딜레마
“보수 표현 삭제” 보도에 박근혜 “논의된 적 없다”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 산하 정책쇄신분과가 당 정강·정책 개정을 추진하며 ‘보수’에 이어 ‘선진화’라는 용어 삭제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아이러니’라는 얘기가 나온다.

당 정강·정책 전문에는 ‘한나라당은 대한민국의 선진화라는 시대적 소명과 국민적 열망에 부응하기 위해 헌신한다’는 구절이 있다. ‘선진화’ 용어 폐기론자들은 이 용어가 성장 일변도로 여겨지고 상생발전이라는 시대적 가치를 담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두고 ‘박근혜 비대위’가 사실상 이명박 정부와의 단절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선진화’는 현 정부를 상징하는 주요 용어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2008년을 ‘선진화의 원년’으로 선포하고 각종 정책에도 ‘선진화’ 표현을 즐겨 썼다.

하지만 ‘선진화’ 용어의 원조는 사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이다. ‘대한민국 선진화’를 규정한 현 정강·정책은 박 위원장의 당 대표 시절 당시 박세일 정책위의장의 주도로 개정됐다. ‘선진화’ 개념의 지적소유권을 주장하기도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5년 2월 국회 연설에서 ‘선진한국’ 표현을 3차례 사용하자 박 위원장은 환담장에서 “선진한국은 작년에 한나라당이 우리나라가 나아갈 길이라고 생각해 세미나도 열고 프로젝트도 추진했다”고 농담을 던졌다.

정책쇄신분과 정강·정책개정소위는 10일 회의에서 일단 용어 삭제 논의를 당분간 유보하기로 뜻을 모았다. 자문위원인 권영진 의원은 “정책 쇄신의 본질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며 “18개항의 정책(강령)에 대한 개정을 우선 다룰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위원장은 이날 강원도당 신년인사회 참석에 앞서 “(‘보수’ 용어 삭제는) 전혀 논의된 적이 없다. 정강·정책에 관한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일축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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