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이 전해진 19일 낮 12시 서울역 대합실은 놀란 시민들로 크게 술렁였다. 열차를 기다리던 시민들은 일제히 TV 앞으로 몰려들어 김 위원장의 사망 소식을 전하는 뉴스속보를 지켜봤다. 역사 1층에 설치된 6대의 TV 앞에는 많게는 수백 명씩 몰렸다. 역사 내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던 사람들도 숟가락을 내려놓고 심각한 표정으로 속보에 집중했다. 대부분의 시민은 “김정일이 이렇게 갑자기 죽을 줄은 몰랐다” “전쟁나면 어떡하냐”며 불안한 모습을 내비쳤다.
○ 시민들 불안
역시 전쟁에 대한 공포가 가장 컸다. 이날 휴가를 받아 서울역에 도착하자마자 김 위원장의 사망 소식을 접했다는 서준혁 일병(21)은 “부대 복귀 명령이 떨어질지 몰라 일단 대기하려고 한다”며 “정말 전쟁이 날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TV를 지켜보던 한 40대 남성은 “앞으로 북한 내에서 내부 권력 쟁탈전이 벌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북한 내 충돌이 남북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회사원 김종필 씨(29)는 “북한이 붕괴되면 전쟁으로 이어질 수도 있지 않겠느냐”며 “예비군인 회사 동료들도 다시 군복을 꺼내야 하는 건 아니냐며 일손을 놓은 채 뉴스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의 사망이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긍정론도 적지 않았다.
강원 홍천군에 사는 강창석 씨(62)는 “북한 내 최고 강경세력인 김정일이 죽었으니 어쩌면 남북이 평화모드에 돌입할 수도 있다”며 우려와 기대를 동시에 비쳤다. 가정주부인 황금숙 씨(53·여)는 “예전에 김일성이 죽었을 때도 온 나라가 난리 났지만 결국 큰 탈 없이 잘 넘어갔으니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며 “지금은 너무 흥분하지 말고 잘 지켜볼 때”라고 말했다. 강원 양구군 해안면에 사는 김지일 씨(55·건축노무업)는 “김일성 김정일 부자가 모두 죽었으니 이제 북한에도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기대된다”며 “김정은은 신세대니까 좀 낫지 않겠느냐”고 했다.
경기 파주 등 접경지역에는 더 긴박한 긴장감이 흘렀다. 일단 임진각 등 출입이 개방된 안보관광지에는 평소처럼 관광객이 찾았지만 곳곳에서 김 위원장 사망 소식이 화두였다. 마침 이날은 제3땅굴 등 민간인출입통제선 내 안보관광이 쉬는 날이어서 평소처럼 관광객이 많지 않았다. 다만 내일부터 예정된 안보관광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접경지역 주민들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일단 차분히 지켜보자는 의견이다. 김동훈 씨(56·파주시 적성면 답곡리)는 “아직까지는 큰 동요가 없는 편”이라며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큰일이야 있겠느냐”며 애써 담담하게 말했다.
○ “포스트 김정일 시대 준비해야”
시민단체들도 일제히 성명을 내고 앞으로 정치권과 학계, 전문가가 모두 힘을 합쳐 포스트 김정일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수단체인 라이트코리아는 이날 성명에서 “북한 동포 수백만 명을 굶어죽게 하고도 독재체제 유지를 위해 군사력 강화에만 급급하던 독재자가 드디어 종말을 맞았다”며 “이제 북한주민들이 일제히 궐기해서 민주화의 물결을 이루면서 자유를 찾길 바란다”고 밝혔다.
바른사회시민회의 전희경 정책실장은 “북한 내부에서 급변사태가 일어날 가능성도 높고 총선, 대선이 맞물려 있는 남한에도 큰 영향을 미칠 문제”라며 “정치권, 학계, 전문가, 시민 모두가 힘을 합쳐 북한 내부의 변화에 대해서 슬기롭게 대처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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