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범죄 대책회의 ‘이상한 엇박자’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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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FA형사분과위 개최 놓고 밀어붙여야할 법무부는 “반대”…
대미관계 신경쓸 외교부 “찬성”

최근 미군의 잇단 성폭행 등 미군 범죄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통상부 내 회의실에서 열린 정부 관계부처 합동 회의에서는 외교부와 법무부 간에 팽팽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논란이 된 것은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의 형사분과위원회 개최 문제. 형사분과위는 주한미군의 형사사건 관련 내용을 다루는 실무회의로 매년 정기적으로 열리는 SOFA 합동위원회보다 구체적 실무를 다룬다. 중범죄 혐의를 받는 미군의 신병 인도 시점을 ‘기소 단계’로 규정해 논란이 돼온 SOFA 제22조 5항도 형사분과위가 검토할 내용이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외교부 관계자는 “최근 다시 문제가 되는 내용을 제대로 점검하려면 형사분과위를 거쳐 합동위원회로 가는 게 좋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법무부 관계자는 “굳이 형사분과위를 열지 않더라도 관련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며 부정적 의견을 밝혔다. 이에 다시 형사분과위 개최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발언이 나왔지만 법무부 관계자는 “지금도 미군 측과 비공식적 논의가 잘 이뤄지고 있다”며 반대 의사를 고수했다. 이처럼 외교부와 법무부의 신경전이 계속되면서 회의는 2시간을 훌쩍 넘겼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수사를 담당하는 법무부가 SOFA 개정까지 요구하며 강하게 나오고, 미국과의 외교관계를 고려해야 하는 외교부가 이에 맞서 소극적으로 나올 법한데 오히려 반대가 된 상황”이라며 “캠프 캐럴의 고엽제 매몰 의혹이 불거졌을 때 환경부가 환경분과위를 10번 가까이 열어 적극 나섰던 것과는 대조적”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참석자는 “형사분과위가 오랫동안 공식적으로 열리지 않은 탓에 법무부가 회의 개최 자체를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공식 회의를 열 경우 SOFA 개정 논의를 포함해 진전된 결과물을 내놔야 하지만 이를 자신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회의에 참석한 법무부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형사분과위 개최 여부에 대해 아직 입장이 정해진 것이 없다”고만 말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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