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지역부터 직매립 금지가 시작되면서 서울의 쓰레기 일부가 타 지역 민간 소각장으로 향했다는 소식에 서울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우리 생활폐기물이 다른 지역에서 소각·처리된다는 것은 단순한 처리 문제가 아니라 공정과 책임의 문제가 뒤따르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이번에 서울시가 ‘생활폐기물 다이어트 천만시민 실천 프로젝트’를 내놓은 것은 늦었지만 더없이 다행스러운 출발이라 할 수 있다. 필자는 이번 대책이 “버릴 것을 더 잘 버리자”가 아니라 “애초에 덜 버리자”는 전환의 선언이라고 본다. 그리고 그 전환의 성패는 정책의 정교함만큼이나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얼마나 동참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봐야겠다.
우리는 이미 방법을 알고 있고, 일부는 이미 생활 속에서 실천하고 있기도 하다. 장바구니를 들고 다니는 일, 다회용 컵·용기를 선택하는 일, 배달·포장 시 일회용 수저와 추가 포장을 거절하는 일, 냉장고 속 식품을 먼저 소비해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일 등이다. 사소해 보이는 이 습관들이 모이면 쓰레기 처리량을 근본적으로 낮추고, 타 지역 의존도를 줄이며, 공공 소각장 확충까지 준비할 시간을 벌어줄 수 있다. 무엇보다 우리가 적게 버릴수록 소각·처리량이 줄어들고, 거기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배출량도 낮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폐기물 처리를 위해 투입될 예산이 복지와 안전으로 더 많이 안배될 수 있다는 사실을 체감하게 될 것이다.
그런 면에서 공공 소각장의 확충과 노후 시설 개선은 미룰 수 없는 기본 과제다. 환경 기준을 엄격하게 지키는 공공 인프라는 공동체의 기본 안전망이기도 하다. 그러나 설비는 하루아침에 세워지지 않기에, 그 사이의 과도기를 헤쳐 나가는 힘은 배출 당사자인 우리 시민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만들 수밖에 없다. ‘생활폐기물 다이어트’는 불편을 강요하는 캠페인이 아니라 우리 공동체 생활의 품격을 높이는 도시 교양 운동이다. 덜 사서 오래 쓰고 제대로 순환시키는 일은 결국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하늘과 강, 골목을 지키는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다.
서울시는 이번 프로젝트를 계기로 데이터 공개와 인센티브 설계를 더욱 과감히 해야 한다. 감량을 잘하는 공동체에 혜택을 돌려주는 ‘리워드’ 구조, 감량 실적을 투명하게 공유하는 동 단위 대시보드 운영, 재사용 인프라(세척·물류) 지원, 소상공인의 포장재 전환 비용 완화 등 구체적인 인센티브가 뒷받침되면 보다 지속 가능한 실천 동력이 될 수 있다. 더불어 공공 소각장 확충은 최신 오염 저감 기술, 철저한 배출 감시, 주민과의 쌍방향 소통과 이익 공유를 원칙으로 추진해야 한다. ‘우리 동네 시설’이 ‘우리 모두의 안심’이 되려면 기술뿐만 아니라 신뢰가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타 지역 의존으로 빚어진 불편과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되, 거기에 머물지 않고 개선과 도약으로 나아가는 것, 그것이 서울의 힘이자 매력이다. 우리는 이미 위기를 변화의 발판으로 삼아 왔다. 분리 배출로 세계의 표준을 만들고, 에너지 절약으로 블랙아웃의 문턱에서 도시를 지켜냈다. 이번에도 가능하다. 천만 시민이 하루에 컵 하나, 포장 하나, 음식물 한 줌을 덜어내면 그 변화는 곧바로 매립·소각 의존도, 운반 거리, 비용, 온실가스 배출 감소로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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