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신으로 갈등 조율… “代打가 홈런쳤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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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순방 중 취임 1주년 맞은 김황식 총리

《 “‘괜찮았던 총리다’ 정도로 평가받는 걸로 만족하겠습니다.” 김황식 국무총리가 1일로 취임 1주년을 맞았다. 우크라이나를 방문 중인 김 총리는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동행 취재 기자단과의 인터뷰에서 ‘어떤 총리로 불리고 싶으냐’는 질문에 “외부 평가도 중요하지만 원칙적으로 할 수 있는 일, 해야 할 일을 제대로 챙겨서 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평소 겸손과 소신을 강조해온 김 총리다운 답변이다. 》
여권에서는 김 총리에 대해 ‘대타(代打)가 홈런을 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야권에서도 ‘낙제점인 MB(이명박 대통령) 인사 중 가장 잘한 인사’라는 얘기가 들린다. 총리실 직원들은 “역대 최고의 총리”라는 찬사까지 내놓는다.

하지만 김 총리가 취임할 당시에는 분위기가 전혀 달랐다.

지난해 8월 초 정운찬 전 총리가 전격 사퇴한 뒤 지명된 김태호 총리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장관 후보자 2명과 함께 낙마하면서 정국은 혼란에 빠졌다. 청와대는 안정에 무게를 두며 대법관, 감사원장 출신인 김 총리를 지명했지만 ‘의전 총리’ ‘대독 총리’에 머물지 않겠느냐는 비관적 전망이 우세했다. 게다가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모든 노인이 지하철에 무임승차하는 것은 반대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가 논란까지 빚었다.

김 총리에 대한 정치권의 시각이 달라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1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였다. 국회 데뷔 무대에서 김 총리는 아랍에미리트 파병, 총리실 민간인 사찰 등 현안에 대해 폭넓은 식견과 콘텐츠를 정연한 논리로 풀어냈다. 대법관 출신의 특장을 유감없이 발휘한 것. “4대강 사업이 대운하라면 한나라당도 파탄날 것”이라며 소신 있는 발언도 주저하지 않았다. 2월 국회에서 “(감사원장 당시) 저축은행 부실을 감사했더니 오만 군데에서 압력이 들어왔다”고 솔직하게 말해 정치 이슈화되기도 했다.

이후 김 총리는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구제역 사태 등 잇따라 발생한 대형 사건을 안정적으로 수습했고, 복지 포퓰리즘에 대해 여러 차례 강력한 비판을 내놓는 등 민감한 정치 이슈에 대해서도 제 목소리를 분명히 냈다.

이에 청와대와 여권에서 김 총리에 대한 신뢰는 점점 깊어졌다. 동남권 신공항, 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 선정,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 이전 등 대형 국책사업을 둘러싼 첨예한 갈등 해결이 모두 김 총리의 손에 맡겨졌다. 8월 한나라당 일각에서 김 총리를 서울시장 후보로 영입하려 했던 것은 김 총리에 대한 여권의 믿음과 기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김 총리는 인터뷰에서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됐을 때의 심정에 대해서는 “제가 적합한 인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정권을 창출했지만 ‘대선주자 불임’ 위기에 처한 친이(친이명박)계 일각에선 “김황식 총리야말로 대표적인 저평가주”라며 ‘김황식 대망론’까지 나온다. 하지만 서울시장 후보론 때 지적됐던 대중적 이미지와 권력의지의 부족, 제왕적 대통령제 아래서의 총리의 위상이 한계로 지적된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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