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범야권 통합 후보로 유력하게 부상하고 있는 박원순 변호사는 14일 “민주당이 국민이 기대하는 통합 야당으로서 통합과 혁신을 하는 움직임을 본격화한다면 기꺼이 함께할 용의가 있다”며 입당 가능성을 재확인했다.
박 변호사는 BBS, SBS, YTN, MBN에 잇달아 출연해 “지금 당장 민주당에 입당할 수는 없다”면서도 이같이 말했다. 또 그는 “민주당은 정통 야당일 뿐 아니라 서울시의회의 80%가 민주당 출신이어서 민주당과의 협력 없이는 서울시를 제대로 끌고 가는 게 쉽지 않다고 본다”고 했다.
박 변호사는 특히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 “성공적인 서울시장이 된 이후 생각해볼 수 있는 문제”라고 밝혔다. 그는 “서울시를 제대로 해서 다음 단계(대권)로 가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하지만 보통 서울시장 그러면 대권으로 가는 하나의 수단으로 생각하는 것이 잘못”이라고도 했다. ‘다음 단계로 가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말한 것은 대권 도전 가능성을 열어 놓은 것이어서 주목된다. 특히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박 변호사에게 서울시장 선거를 ‘양보’한 것을 두고 두 사람이 대선과 서울시장 선거를 놓고 ‘역할 분담’을 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뒤집는 발언이다.
그러나 아직 서울시장 야권 통합 후보도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정치권에선 박 변호사의 언급을 두고 ‘너무 나간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논란이 일자 박 변호사 측 관계자는 “전임 시장들이 서울시장 자리를 대선 출마를 위한 기반으로 생각하다 보니 전시행정을 하게 되고 혈세를 낭비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지 본인이 대선 출마를 생각하고 있다는 뜻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박 변호사는 16일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에 예비후보 등록을 한 뒤 서울 종로구 안국동에 선거사무실을 마련해 본격적으로 선거 준비에 나설 예정이다. 이어 18일이나 19일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자신의 정책과 비전을 설명한다는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내에서는 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서울시장 보궐선거 낙관론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현 구도대로라면 박 변호사의 본선 진출이 유력하지만 그가 일단 시민사회 후보로서 무소속 출마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만큼 당의 정체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는 점에 기인한 것이다. 이인영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후보 단일화는 필수조건이지만 단일화만 하면 이긴다는 낙관은 독”이라고 했다.
당내에선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불출마 선언으로 당내 경선에 김이 빠지면서 당의 역할 부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았다. 손학규 대표는 최고위에서 “민주당 없는 선거 승리는 있을 수 없다”며 “우리 당의 지도자들이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적극 참여해줄 것을 당부한다”고 호소했고 정동영 최고위원은 “후보를 포기하는 것은 당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가세했다. 박주선 최고위원은 “민주당이 용기도 전략도 없이 뿌리가 내팽개쳐진 채 선거용 떠돌이 정당으로 표류하고 있다”며 “서울시장 경선 성공에 당의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 천정배 최고위원과 신계륜 전 의원이 출마 의사를 밝혔지만 ‘이기는 후보’로서는 부족하다는 게 중론이다. 주소지를 서울로 옮겨놓고 출마를 검토해온 원혜영 의원은 이날 불출마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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