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바람’ 이후… 박근혜 대세론 흔들]安風에 한나라 ‘아노미’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9일 03시 00분


코멘트

원희룡 “당에 병걸린 사람 많아”에 김영선 “매도 말라”…
“한나라가 안철수 검증? 악성코드가 백신 검증하는 꼴”

“소인배 정치” “병에 걸린 사람들” “구태의연한 정치”….

8일 한나라당 공개회의에선 이런 발언들이 쏟아져 나왔다. 모두 야당 등 외부를 겨냥한 게 아니라 당 내부를 겨냥한 직격탄들이다. ‘안철수 바람’에 여전히 갈피를 못 잡고 자중지란에 빠져 있는 형국이다. 당 관계자는 “박근혜 전 대표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선 주자 1위에서 밀려나고 서울시장 보궐선거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의원들이 아노미 상태에 빠진 듯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당내에선 ‘김황식 국무총리 차출설’까지 나왔으나 김 총리는 이날 국회 본회의 참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선거 차출 문제를 묻는 질문에 “적절치 않아요”라고 말했다.

원희룡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지난 며칠간 한나라당의 많은 행태와 인식이 낡은 정치, 소인배 정치, 외통수로 가고 있지 않으냐”며 작심하고 발언을 시작했다. 그는 “그게(안풍) 왜 좌파냐. 기득권에 골몰해 있는 낡은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분노를 강남 좌파의 쇼라고 매도하는 한 한나라당은 앞으로 어떤 선거에서도 어렵다”고 말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의 후보 단일화에 대해 김기현 당 대변인이 “좌파 단일화의 정치 쇼”라고 논평을 낸 것에 대한 비판이었다. 원 최고위원은 “당이 기득권 세력을 대변하고 정치적 기득권을 고수하려 한다”며 발언을 이어 나갔다.

이에 김영선 의원이 발끈해 “내 편은 모두 옳고 내 편이 아닌 한나라당은 모두 나쁘다는 그런 태도야말로 가장 구태의연한 정치 태도”라며 “고뇌하는 정치인들과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많은 국민에게 돌을 던지는 그런 행동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하라”고 언성을 높였다.

그러자 홍준표 대표는 “오늘은 됐다. 여기서 끝이다”라고 제지했다. 그는 “자기혁신은 중요하다. 그러나 자해정치를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덧붙였다. 화가 난 표정으로 앉아 있던 홍 대표는 각종 의결 안건이 있음에도 비공개 회의를 열지 않고 퇴장했다.

회의장을 나가면서 김 의원은 원 최고위원에게 악수를 청하며 “적당해 해라. 다 같이 만들어 가는 당인데 그렇게 하면…”이라고 말했지만 원 최고위원은 “정신 차리세요”라고 받아쳤다. 원 최고위원은 박 전 대표가 최근 지지율과 관련한 질문에 “병 걸리셨나요?”라고 민감한 반응을 보인 점을 빗댄 듯 “병 걸린 사람들이 이렇게 많아서…”라고 비꼬기도 했다.

홍 대표는 이날 오후 경기 김포시 해병2사단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나라당은 소인배고, 자기 혼자 대인배냐. 초선도 아니고 중진 의원이 말을 하더라도 정도껏 해야지. 3선까지 만들어준 한나라당을 ‘병든 사람이 많다’고 해서야 되겠느냐”며 원 최고위원에 대한 서운한 감정을 드러냈다. 한나라당의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인터넷상엔 “한나라당이 안철수를 검증하는 것은 악성코드가 백신을 검증한다는 소리”라는 글들이 나돌았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