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선의 김형오 前국회의장 “내년 총선 불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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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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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총선 물갈이 신호탄 될까

“박수 받을 때 떠난다”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31일 홀가분한 표정으로 웃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박수 받을 때 떠난다”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31일 홀가분한 표정으로 웃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누구보고 ‘옷 벗어라’, ‘같이 물러나자’ 이렇게 압력 넣기 위해 물러나는 것은 아니다. 여론이 (물갈이 쪽으로) 흘러가는 거야 할 수 없고….”

내년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한 한나라당 소속의 김형오 전 국회의장(64·5선·부산 영도)은 31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자신의 결정이 ‘인위적인 물갈이’와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불출마 선언을 하기 직전 임태희 대통령실장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알렸을 뿐 사전에 청와대나 당 지도부와 어떤 상의를 한 적도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 전 의장의 불출마 선언은 당 안팎에 적잖은 파장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서울 3선인 원희룡 최고위원이 7·4 전당대회를 앞두고 총선 불출마 선언을 했지만 이는 훗날을 기약하는 포석의 성격이 강했다. 사실상 김 전 의장의 불출마 선언이 당내 중진으로선 첫 사례인 셈이다.

특히 4선 이상의 다선 의원이 김 전 의장을 포함해 9명이나 되는 영남권에선 벌써부터 2, 3명의 중진이 김 전 의장의 뒤를 따를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 전 의장은 “정치를 완전히 떠날 수야 있겠느냐”면서도 “(지역구 대신) 비례대표를 받거나, 당 대표 등 당직을 맡거나, 총리 등 공직을 맡는 것은 생각도 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내년 총선이나 대통령선거 때 백의종군하면서 도울 것이 있으면 돕겠다”고 말했다.

갑자기 불출마 선언을 하게 된 배경에 대해서는 “국회의장을 지냈다고 무조건 물러나라는 데는 반대지만, 물러날 때가 된 거 같다. 박수 받으며 물러나고 싶다”고 설명했다.

최근 지역구의 큰 현안이 마무리됐고 18대 국회의 마지막 정기국회가 시작되기 전에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현역 의원이 가장 많이 교체된 17대 국회가 역대 국회 중 가장 형편없었다. 선수(選數)나 나이가 많다고 무조건 그만두라는 건 말도 안 된다. 생각이 젊으냐가 중요하다. 인위적 물갈이를 해서 정치가 제대로 된 적이 없다”고 말했다. 20년 동안의 의정 생활을 마무리하면서 김 전 의장은 “(자신이 의장으로 주도했던) 개헌이 여야의 무관심으로 무산된 점이 가장 아쉽다”고 밝혔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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