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투표 후폭풍]‘박근혜표 맞춤형 복지’에도 불똥 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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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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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골치야… 25일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나란히 자리한 홍준표 대표(가운데)와 유승민 최고위원(오른쪽)이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다. 홍 대표는 “주민투표 투표율(25.7%)을 보고 내년 총선에서 희망을 봤다”고 주장했다가 유 최고위원한테서 “결과를 있는 그대로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반격을 받았다. 왼쪽은 황우여 원내대표.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아이고 골치야… 25일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나란히 자리한 홍준표 대표(가운데)와 유승민 최고위원(오른쪽)이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다. 홍 대표는 “주민투표 투표율(25.7%)을 보고 내년 총선에서 희망을 봤다”고 주장했다가 유 최고위원한테서 “결과를 있는 그대로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반격을 받았다. 왼쪽은 황우여 원내대표.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무상급식 주민투표 개표 무산에 대한 불똥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게 튀고 있다.

서울시민들이 민주당의 ‘전면적 복지’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복지를 자신의 주요 트레이드마크로 내세웠던 박 전 대표의 복지론도 입지가 좁아졌다. 당내에서는 박 전 대표가 무상급식 투표를 돕지 않았다는 서운함이 표출되는 동시에 위기에 빠진 당을 위해 조기에 등판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온다. 이번 주민투표 충격의 ‘출구전략’ 중심에 박 전 대표가 서 있는 형국이다.

○ ‘박근혜 복지론’에 영향 미칠까

박 전 대표는 올해 2월 정책 이슈 중 가장 먼저 ‘복지’를 선택해 ‘사회보장기본법 전부개정안’을 발의했다. 박 전 대표가 법안을 통해 선보인 ‘맞춤형 복지’ ‘자립·자활형 복지’는 굳이 나눈다면 전면적 복지보다는 선별적 복지에 더 가까운 개념이다. 수혜자별로 맞춤형 복지를 하고 현금을 주는 복지에서 벗어나 서비스 위주의 생산적 복지를 제시한 것은 국가의 재정 부담을 줄이는 효과를 겨냥한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 측은 15일 고 육영수 여사 추도식에서 박 전 대표가 자립·자활형 복지를 강조한 것이 오 시장의 ‘단계적 무상급식’을 간접 지원한 것이라는 이야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주민투표에서 서울시민이 전면 무상급식을 선택함에 따라 박 전 대표의 복지구상에 흠집이 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박 전 대표의 싱크탱크로 알려진 국가미래연구원 소속의 한 교수는 “박 전 대표의 복지 구상은 급식처럼 단계냐, 전면이냐는 이분법적 틀이 아니라 ‘복지 유통체계 개선’ ‘복지 소셜서비스 도입’ 등 전체를 아우르는 개념이기 때문에 별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박근혜 책임론’ 공방

친이명박(친이)계인 강승규 의원은 25일 “절실하게 박 전 대표의 지원을 요청했던 입장에서 보면 (박 전 대표가 주민투표와 거리를 둔 모습이) 아쉽고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서울지역의 다른 친이계 의원도 “당도 오 시장의 결정에 동의해서 도와준 것이 아니지 않으냐”며 “본인의 원칙과 신뢰도 중요하지만 결과적으로 당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당을 외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친박 의원들은 “4·27 재·보궐선거 때부터 투표에서 질 때마다 박 전 대표를 탓하는 행태는 문제”라며 반박했다. 이한구 의원은 “선거 후보자나 정책 결정에서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사람에게 선거 과정에서 어려워지면 ‘설거지하라’는 식으로 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서울 친박인 이혜훈 의원은 “친박 의원들이 안 도왔다고 하는데 2008년 총선 때 지역구인 서초구의 총유권자 대비 한나라당 정당득표율이 22.3%였는데 이번 주민투표 때 투표율이 37.1%로 훨씬 높았다”며 “친박 의원들도 열심히 노력했다”고 반박했다.

○ 친박 “10월 보궐선거 부담은 사실”

당내에서는 10월 보궐선거의 전망이 밝지 않은 만큼 당내 유력 대선 주자인 박 전 대표의 등판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보궐선거 패배 시 책임론을 피하기 힘든 당 지도부도 박 전 대표의 도움을 어느 때보다 강하게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친이계의 한 비례대표 의원은 “이번 보궐선거는 한 지자체장 선거가 아니라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보수세력을 결집해야 할 중대한 선거”라며 “그동안 박 전 대표의 선거 불개입이 겸손하게 보였다면 이제는 오만해 보일 것”이라고 압박했다.

하지만 박 전 대표는 그동안 재·보궐선거와 관련해 당 지도부 중심으로 치러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친박 내부에서도 그때와 상황 변화가 없다는 의견과 이번에는 지원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의견이 갈리고 있다.

일각에선 내년 4월 총선을 상정하고 준비해오던 스케줄에 변수가 생긴 데 대해서는 적잖이 신경 쓰는 분위기다. 친박의 한 관계자는 “내년 총선 출격에 대비해 비행기를 무장하고 손질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6개월 앞서 출격하라고 하니 참 난감한 국면”이라고 말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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