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美-英“동해, 일본해로 단독표기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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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수로기구에 의견 제출

미국이 ‘동해(East Sea)’를 ‘일본해(Sea of Japan)’로 단독 표기해야 한다는 의견을 국제기구에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정부가 뒤늦게 대응에 나서면서 사전에 충분한 외교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 미국은 왜?

8일 외교 소식통들에 따르면 미국은 해양 명칭을 논의 중인 국제수로기구(IHO)의 해양경계 담당 실무그룹에 최근 제출한 서한에서 동해를 일본해로 단독 표기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영국도 일본해 단독 표기를 의견으로 제출했다.

외교통상부는 이날 파문이 확산되자 “미국은 지금까지 병행 표기를 하지 않고 한 지명에 한 명칭만 사용하는 단일명칭 정책을 유지해 왔고 이에 따라 동해를 계속 일본해로 써 왔다”며 “미국의 기존 방침이 달라진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한 관계자는 “미국은 10년 전에도 그랬고 20년 전에도 그랬다”며 “미국이 ‘일본해’를 강조하면서 따로 캠페인이라도 한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이번에 IHO의 의견 제출 요청을 받고 답변한 것은 기존 입장과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다.

미국은 그동안 정부의 공식 자료는 물론이고 각종 교과서에도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해 왔다. 지난해에는 미 국방부가 한미 연합군사훈련 계획을 발표하면서 훈련 장소를 ‘일본해’라고 명시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는 과거 IHO가 정한 해양 명칭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외교부가 너무나 당연히 미국의 표기 원칙을 받아들이는 듯한 태도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많다. 특히 미국이 ‘일본해’ 명칭 지지 의견을 냈다는 사실이 뉴스로 부각된 적이 거의 없는 만큼 그동안 외교부가 쉬쉬해 온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 정부는 노력했다는데…

정부는 이에 반발하며 미국 측에 동해와 일본해를 병행 표기해야 한다는 의견을 외교경로를 통해 전달했다. 정부 당국자는 “(동해 표기와 관련해) 미국 정부에 우리의 뜻이 전달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미국 측은 ‘이 문제를 다루는 실무 전문가들의 의견일 뿐 공식 견해가 아니다’라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부는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IHO 실무그룹은 전문가들이 모여 쟁점 사안을 논의하는 자리일 뿐이고 최종 결정이 내려지는 IHO 총회까지는 아직도 8개월이나 남았다는 것이다. 외교부는 “비공개로 이뤄지는 실무그룹 회의 내용을 정부가 확인할 입장이 아니다”라며 미국의 ‘일본해’ 지지 내용조차 공식 확인을 거부했다.

정부는 그동안 동해의 명칭을 국제사회에 알리기 위해 병행 표기를 주장해 왔다. 신맹호 외교부 부대변인은 “2000년만 해도 전 세계 지도에서 2.8% 수준이었던 동해-일본해 병기가 최근 28.07%까지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가 선제적인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2006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동해를 ‘평화의 바다’로 부르자고 제안했다가 그 자리에서 거절당해 ‘원칙 없는 대응’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후 정부는 2007년 IHO 총회에서도 동해-일본해 병행 표기를 주장하며 외교전을 펼쳤으나 주장을 관철시키지 못했다. 윈포드 윌리엄스 당시 의장이 “이 부분을 제외하고 나머지 합의된 부분만 넣어 해도집 개정판을 내자”고 제안하기도 했지만 이후 진전이 없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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