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IT영재 30명, 국내 온라인게임 해킹 외화벌이

  • 동아일보

南범죄조직과 공조 64억벌어… 분배금 수십억 北으로 송금

남한 범죄조직에 고용된 북한 컴퓨터 전문가들이 국내 온라인게임을 해킹해 ‘외화벌이’를 해온 것으로 4일 확인됐다. 북한 해커들이 국내 정부기관과 금융기관을 공격한 적은 있지만 국내 사이트를 해킹해 돈벌이를 한 사실이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찰은 북한이 정책적으로 컴퓨터 영재를 양성해 사이버테러에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이날 북한 해커들을 고용해 리니지, 메이플스토리 등 국내 유명 온라인게임 아이템을 수집하는 불법 프로그램인 ‘오토프로그램’을 제작해 배포한 혐의(부정경쟁 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정모 씨(43) 등 5명을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정 씨 등은 2009년 6월부터 중국 헤이룽장(黑龍江) 성과 랴오닝(遼寧) 성에 온라인게임 아이템 작업장을 차려놓고 북한 컴퓨터 전문가 30여 명을 모집해 국내 유명 게임사의 핵심 영업비밀인 패킷 정보를 빼내 오토프로그램을 제작했다. 일명 ‘게임 자동 사냥 프로그램’으로 불리는 오토프로그램은 자동으로 컴퓨터를 작동시켜 사람이 직접 게임을 하지 않아도 캐릭터의 레벨과 능력치를 올려 게임 아이템을 획득하게 한다. 북한 해커들은 악성코드를 이용해 암호화된 ‘패킷 정보’를 풀어 아이템이나 캐릭터 레벨과 관련된 정보를 빼냈다.

이들은 프로그램을 중국과 한국의 판매총책, 딜러, 작업장 등에 넘겨 매달 프로그램 이용료를 받았다. 또 직접 운영하는 작업장에서 오토프로그램을 돌려 리니지나 메이플스토리 등 온라인 게임에서 사용하는 무기를 수집한 뒤 이를 인터넷 중개사이트에서 현금을 받고 팔았다. 이들은 이런 수법으로 1년 6개월 동안 최소 64억 원을 벌어들였다. 오토프로그램은 1만2000∼1만5000대의 컴퓨터에서 동시에 구동됐다. 경찰은 대포통장 등 13개 계좌를 추적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6억여 원을 환수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북한 무역업체와 정식으로 계약하고 북한 해커들을 영입했다. 중국동포 이모 씨 등은 중국 현지에 있는 북한 무역업체 ‘조선능라도무역총회사’ 직원들과 협의해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 명의로 초청서를 북한에 보내 중국 주재 북한 영사관의 승인을 얻어 북한 해커들을 초청해 왔다.

경찰은 시중에서 판매한 프로그램 이용료의 55%가 북한 해커에게 전달됐고 이 중 상당액이 정기적으로 북한 당국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이 거래한 조선능라도무역총회사는 북한 노동당의 통치자금을 만들어 관리하는 ‘39호실’의 산하기관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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