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당신을 잊지않겠습니다”… MB, 6·25참전국 에티오피아서 ‘보은의 2박3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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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전기념비 묵념하고… 이명박 대통령이 9일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 있는 6·25전쟁 참전기념공원을 방문해 기념비에 헌화한 뒤 묵념하고 있다. 아디스아바바=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참전기념비 묵념하고… 이명박 대통령이 9일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 있는 6·25전쟁 참전기념공원을 방문해 기념비에 헌화한 뒤 묵념하고 있다. 아디스아바바=김동주 기자 zoo@donga.com
한국 대통령으로선 6·25전쟁 참전국인 에티오피아를 참전 61년 만에 처음으로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이 ‘보은(報恩)의 2박 3일’을 보냈다.

○ 진흙바닥에서 ‘푸세식’ 화장실 공사


이 대통령은 10일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90km 떨어진 해발 2800m 산중턱의 한 마을을 참모들과 방문해 공용 화장실 신축과 마을회관 및 진료소 개선, 공동 우물 개·보수 작업에 팔을 걷어붙였다. 이곳은 극빈층 350여 명이 살고 있는 험지로 화장실도 공용 2개만 있다. 푸른색 점퍼 차림의 이 대통령은 보건소 공사장 터 고르기를 위해 “으샤으샤” 하며 곡괭이질을 했고 기존 보건소의 나무 기둥을 뽑아냈다. 그러면서 농담조로 “내가 완전 십장이다, 십장”이라고 해 주위의 폭소를 자아냈다. 부인 김윤옥 여사는 공동 우물 울타리에 페인트칠을 했다.

이 대통령은 9일엔 아디스아바바 달동네에서 2시간 동안 머물며 방역활동을 했다. 이 대통령은 직접 소독약 통을 짊어지고 25분간 골목길 곳곳을 돌며 화장실 웅덩이 등에 약을 뿌렸다. 또 빈민촌 어린이 축구단 선수들을 만나 대화하고 축구공을 나눠줬다. 청와대 관계자는 “1950년 최빈국이던 한국에 파병해 장병 122명이 목숨을 잃은 데 대한 최소한의 보답”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나라에서 파견된 자원봉사단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도움을 준다고 해서 다 좋은 것은 아니다. (받는 사람이) 돌아서면 섭섭하고 수모를 느낄 수 있다”며 “에티오피아 (제나위 멜레스) 총리가 내게 ‘외국 가서 수모를 느끼면서 부탁하는 사람의 심정을 알아 달라’는 말을 했다”고 소개했다.

이에 앞서 이 대통령은 한국전 참전기념비를 찾아 헌화했다. 또 참전용사 70여 명을 만나 “한국은 에티오피아를 절대 잊지 않는다”고 말했다.

○ 에티오피아 각료들과 미래비전 논의


이 대통령은 10일 멜레스 총리와 각료 24명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형 개발전략’ 전수 워크숍을 열었다. 멜레스 총리는 이 자리에서 한국의 경제계획을 본뜬 1차 5개년 계획(2011∼2015년)의 밑그림을 설명했다. 농업, 섬유, 관광을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양국은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국책연구소의 경제개발 노하우를 공유하는 양해각서도 체결했다.

에티오피아는 △피로써 한국을 도왔고 △지도자의 경제개발 의지가 강하며 △자원이 풍부하지 않다는 세 가지 요소를 갖춰 한국의 아프리카 경제개발 협력 파트너가 됐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경제성장 의지를 가진 아프리카 국가를 전폭적으로 돕고, 이러한 ‘한국식 모델’에 공감하는 제3의 자원 부국이 한국에 먼저 손을 내밀게 하는 전략을 세웠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평소 “긴 안목에서 자원이 없는 나라를 먼저 돕자”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9일 아디스아바바대학에서 ‘에티오피아의 미래 지도자’가 될 학생 수백 명을 대상으로 도전, 역경 극복, 용기와 믿음을 강조하는 연설을 했다. 이 대통령은 “어려움에 절망하지 마라. 역경을 통해 더 많이 배운다. 용기와 믿음을 갖고 여러분과 조국 에티오피아의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꿈을 가져 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어 “한국은 에티오피아의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과 직업훈련을 중점 지원하겠다”며 “한국이 ‘역량 배양의 파트너’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아디스아바바=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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