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서 맞붙은 한나라 전대 주자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28일 03시 00분


코멘트

“혼탁은 네탓” 비방 전쟁… “석패율 도입” 호남 구애

한나라당 전당대회 선거전이 갈수록 혼탁해지고 있다. 7명의 전대 후보들은 27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광주·전남·전북·제주 비전발표회에서도 이 지역에 대한 ‘비전’보다는 각종 의혹 제기와 상대방 공격에 주력했다.

홍준표 후보는 전날 원희룡 후보를 겨냥해 특정 계파 지원 의혹을 제기한 데 이어 이날 발표회에서도 “특정 계파가 준동해서는 안 된다”고 공세를 폈다. 그는 라디오 인터뷰에서는 “(이번 전대에) 이재오 특임장관은 개입하지 않는데 핵심 계보원 몇몇이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앞서 이 장관은 전날 밤 자신의 트위터에서 “가만히 있는 사람을 끌어들여 온갖 욕설을 해대는 것도 부패”라며 홍 후보를 비판했다. 남경필 후보도 “개혁을 함께한 원 후보가 지금 계파를 업고 나온 데 대해 가슴이 아프다”고 가세했다.

이에 원 후보는 홍 후보를 겨냥해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분열과 갈등을 키우는 리더십으로는 (당 대표가 되기) 어렵다”고 비판한 뒤 “다른 후보들이 저에 대한 공격을 많이 하는 것을 보니 이제 선두를 따라붙은 것 같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다른 후보들은 홍, 원 후보를 모두 겨냥했다. 유승민 후보는 “공작정치와 협박정치 주장의 사실 여부를 당당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경원 후보는 “이제부터라도 줄 세우기 정치를 끝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권영세 후보는 “당 위기를 자초한 전임 지도부가 다시 지도부를 하겠다고 하는데 이런 분들에게 한 표라도 줘서는 안 된다”고, 박진 후보는 “전임 지도부가 무리하게 출마해 전대를 이전투구의 장으로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한나라당 전대 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김수한 전 국회의장)는 홍, 원 후보가 전날 제기한 공작정치, 공천협박 의혹에 대해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날 방송된 KBS 초청 첫 TV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상대방의 주요 공약을 비판하며 날카롭게 대립했다. 특히 원 후보가 “경색된 남북관계를 푸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정상회담”이라고 주장하자 “뜬금없이 들린다”(유 후보) “현실적으로 어렵다”(박 후보) “현 정권 내에서는 비관적”(권 후보)이라는 후보들의 비판이 쏟아지기도 했다.

한편 후보들은 이날 행사가 한나라당의 불모지에서 열린 점을 의식해 한결같이 자신을 지역감정 극복의 적임자로 내세우며 석패율제 도입을 통해 호남에서도 한나라당 의원이 나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약했다. 석패율제는 국회의원 선거에서 지역구 출마자를 비례대표 후보로 이중 등록하고 지역구에서 아깝게 낙선한 후보를 비례대표로 당선시키는 제도다.

광주=이승헌 기자 ddr@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