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친박 기싸움에 김무성 ‘샌드위치’?… 대망론 한달만에 “전대 불출마” 선언

  • Array
  • 입력 2011년 6월 17일 03시 00분


코멘트

金 “수도권 출신이 당 맡아야”… 친이, 원희룡-나경원 저울질

한나라당 차기 당 대표 후보로 거론되던 김무성 전 원내대표(사진)가 7·4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했다. 김 전 원내대표는 1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 총선을 앞두고) 수도권이 정말 어려운 상황에서 영남 출신인 제가 당 대표를 맡는 것보다는 수도권 출신에게 당 대표를 맡기는 것이 수도권 선거에서 단 한 석이라도 더 얻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불출마를 공식화했다. ‘수도권 당 대표론’을 불출마 이유로 내세운 것이다.

지난달 초 원내대표 임기를 마친 김 전 원내대표는 특유의 친화력에다 친이(친이명박)계의 고른 지지를 바탕으로 4·27 재·보궐선거 참패 후 물러난 안상수 전 대표를 이을 유력 후보로 거론돼 왔다. 실제로 인천에 지역구를 둔 황우여 원내대표 체제가 출범하자 ‘영남 대표-수도권 원내대표’ 라인업에 대한 공감대도 형성되면서 일각에선 ‘김무성 대망론’이 돌기도 했다.

그러나 친이계와 김 전 원내대표의 연대를 경계하던 친박(친박근혜)계 일각에서 그에 대한 부정적 기류가 형성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지난달 원내대표 경선에서 패한 친이계 핵심들은 이런 기류를 감안해 친박계가 어느 정도 수용할 수 있는 후보를 찾자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결국 친이-친박의 기싸움에 김 전 원내대표는 ‘샌드위치’ 상황을 맞았고 이날 불출마 선언으로 이어진 셈이다. 여기에는 당 대표 경선 룰에 ‘여론조사 30% 반영’이 유지돼 수도권 등에서 대중적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후보들에게 밀릴 수 있다는 점도 작용했다고 한다.

김 전 원내대표는 최근 2주간 이미 출마를 선언한 남경필 의원을 포함해 원희룡 의원 등 후배 정치인들을 밤낮으로 만나 “내가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며 깊은 고민을 토로했다는 후문이다.

친이계는 이제 원희룡 나경원 의원을 놓고 ‘대표 선수’를 고를 예정이다. 현재까진 원 의원의 출마 의지가 더 높은 편이다. 김 전 원내대표도 자연스럽게 친이계 대표 후보를 지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