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항 北선박, 미사일 관련 무기 적재”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14일 03시 00분


■ 지난달 ‘北선박 회항’ 상황

북한 선박을 중국 상하이 남쪽에서 추적한 미 해군 구축함 USS 매캠벨호. 서태평양에서 항해 중인 모습을 미 해군이 촬영해 언론에 공개했다. 미 해군 제공
북한 선박을 중국 상하이 남쪽에서 추적한 미 해군 구축함 USS 매캠벨호. 서태평양에서 항해 중인 모습을 미 해군이 촬영해 언론에 공개했다. 미 해군 제공
지난달 말 공해상을 떠돌다 북한으로 돌아간 의문의 선박은 미사일 관련 부품을 싣고 미얀마로 향하던 북한 선박이었으며 미국 해군의 승선요구를 네 차례나 거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게리 세이모어 미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13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2009년 강남호 회황 사태와 매우 유사한 사례”라며 “문제의 선박은 유엔 결의안 1874호가 금지하고 있는 무기류를 싣고 미얀마로 향하는 것으로 추정됐다”고 밝혔다.

12일자 뉴욕타임스(NYT)는 “네 차례나 승선요구를 거부하던 북한 선박을 회항시키기까지 미 해군의 추적과 외교전이 큰 몫을 했다”며 “미 해군의 군사작전과 유엔 제재 집행을 위한 외교적 압박이 결합된 보기 드문 승리”라고 표현했다. NYT에 따르면 해당 북한 선박은 조세부담 등을 이유로 중미 국가인 벨리즈 소속 라이트(M/V Light)호로 위장했다. 공교롭게 미국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회원국이었던 벨리즈는 미국의 요청을 받아 선박의 검색을 허용했다. 급파된 미 해군 소속 구축함 매캠벨호는 5월 26일 중국 상하이 남쪽에서 라이트호를 추적하는 데 성공했지만 북한 선박은 네 차례의 승선요구를 모두 거절했다.

백악관은 교전이 벌어질 경우 한반도를 자극할 수 있고 미사일 부품을 실었다는 결정적인 증거를 찾지 못할 수 있다며 강제 승선을 일단 유보했다. 그 대신 미국 당국은 당시 미얀마 등이 참여한 가운데 워싱턴 등에서 열리고 있던 남아시아국가연합 관료회의를 북한 선박 압박을 위한 외교의 장으로 활용했다.

승선 거부 다음 날인 27일 세이모어 조정관은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관료 등을 상대로 북한 선박 압박에 동참할 것을 요청했다. 미얀마로 향하는 라이트호 사진을 보여준 그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1874호를 참석자들에게 상기시켰다. 북한 2차 핵실험 직후인 2009년 6월 채택된 1874호에 따르면 각국은 핵무기나 대량살상무기 등의 물자를 실은 것으로 의심되는 북한 선박을 검색하도록 돼 있다.

미국의 한 관료는 “당시 자리에 있었던 미얀마 관료들은 미국이 누명을 씌우고 있다며 항의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지난 수년간 미얀마와 북한이 미사일 관련 거래를 했다는 증거들을 제시하며 반박했다.

며칠 후 라이트호는 공해상에 멈췄고 미국 정찰기와 위성의 감시 아래 북한으로 뱃머리를 돌렸다. 이 과정에서 라이트호는 엔진이 고장 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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