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권철현 대사 환송 日이 ‘들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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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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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귀국 앞두고 인맥 과시… 일왕 부부와 이례적 오찬간총리 바쁜 와중에 면담… 일한의원연맹 거물들과 식사… 하토야마와 부부동반 만찬

3년 2개월의 임기를 마치고 6일 귀국하는 권철현 주일대사(사진)의 환송회에 일본의 정계 거물들이 총출동하다시피 해 일본 정치권과 외교가에 화제가 되고 있다.

아키히토(明仁) 일왕 부부는 1일 권 대사 부부를 왕궁으로 초대해 오찬을 했다. 일왕이 부부동반으로 식사를 대접하는 것은 국빈 방문한 외국정상 외에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날 오후엔 불신임안 문제로 정신이 없던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가 시간을 냈다. 총리의 일거수일투족을 취재하던 일본 기자들이 권 대사에게 ‘총리가 무슨 말을 하더냐’고 물었고 권 대사가 “마지막 인사를 드리러 왔을 뿐”이라고 답하자 기자들이 ‘마지막’을 총리의 거취와 관련해 해석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지난달 중순엔 일한의원연맹 회장단 주최로 환송연이 열렸다. 민주당의 원로로 14선인 와타나베 고조(渡部恒三) 연맹 회장은 물론이고 자민당 소속으로 일한의원연맹 회장을 지냈던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총리,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전 총리가 함께했다. 오하타 아키히로(大(전,창)章宏) 국토교통상과 나오시마 마사유키(直嶋正行) 전 경제산업상도 참석했고, 사사키 류조(笹木龍三) 문부과학성 차관이 말석에 앉을 정도였다. 모리 전 총리는 별도의 환송연을 베풀었다.

지난달 30일엔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총리가 부부동반 만찬을 베풀었고, 지난달 중순엔 민주당의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전 간사장,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간사장,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관방장관이 잇달아 권 대사를 만났다. 권 대사는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전 외상,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공명당 대표를 같은 날 잇달아 만나기도 했다. 2일 낮에 열린 이임 리셉션에는 쟁쟁한 여야 의원 10여 명이 한꺼번에 얼굴을 내밀었다.

이임을 앞둔 한국대사가 주재국 전현직 정상과 정권 핵심인사, 야당 거물 등을 모두 만나는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이는 권 대사가 쓰쿠바(筑波)대 박사 출신에다 한일의원연맹 간사장을 지내 일본 인맥이 많고, 재임 중 정권이 교체돼 자민당과 민주당 모두에 인맥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의원들이 정권요직을 맡는 내각제의 특성도 중진 의원 출신의 권 대사가 정권핵심과 가깝게 지낸 요인이다.

2008년 4월 부임한 권 대사는 초기엔 독도영유권 문제가 불거지자 한국으로 돌아가 비외교적 발언으로 일본을 자극하고 한국 정치에 과도한 관심을 갖는다는 지적으로 현지 시선이 싸늘했다. 이후 2008년 하반기 세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한일 스와프 협정에 발 벗고 나섰고 이듬해부터 한일 한마당축제를 개최하는 등 노력을 거듭해 평판을 차츰 회복했고 이임 때는 열렬한 환송을 받은 것이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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